"신분증 검사 안하죠"…밀폐공간에 침구·TV 갖춰
1만원대 요금으로 '무제한' 이용…"방에서 피임도구 봤다는 소문"
청소년도 '프리패스'…'일탈 온상' 지목된 룸카페 가보니
2일 오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출구를 나와 인근 먹자골목에 들어서자 음식점과 술집 사이에서 '룸카페'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지목된 곳이라고 해서 구석진 곳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간판이 큼지막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6층 건물 3층에 있는 룸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형광등 대신 은은한 무드등이 실내를 밝혔다.

복도를 따라 양쪽에 각각 10개 남짓한 방이 마주 보며 늘어서 있었다.

요금은 현금 기준 무제한에 1인 1만3천원, 2인 2만원이었다.

결제 후 5번방의 검은색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푹신한 오렌지색 매트리스와 대형 벽걸이 TV가 눈에 들어왔다.

방문에 난 유리창은 검은색 또는 흰색 불투명 시트지로 가려져 밖에선 볼 수 없었다.

방문을 닫으면 외부와 차단되는 독립된 공간이 되지만 안에서 잠글 수는 없었다.

청소년도 '프리패스'…'일탈 온상' 지목된 룸카페 가보니
이름은 '카페'였지만 실내 구조는 카페보다는 숙박업소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계산대가 있는 룸카페 입구엔 마치 편의점처럼 음료수 냉장고와 정수기, 커피 판매대가 있었고 과자와 같은 간식도 살 수 있었다.

청소년보호법상 자유업·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이라도 밀폐된 공간·칸막이 등으로 나뉘고, 침구 등을 비치하거나 시청기자재를 설치했으며 신체접촉 또는 성행 등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영업장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다.

업장에는 '청소년 출입·고용 제한'을 업장에 표시해야 한다.

이 룸카페 사장은 "신분증 검사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저분한 짓들도 한다는데…(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잡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장 역시 청소년들이 룸카페에서 '탈선'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셈이다.

이날 찾은 서울 시내 다른 룸카페들도 청소년 출입을 막지도 이를 안내하지도 않았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먹자골목 초입 3층 건물에 들어선 한 룸카페에는 이날 낮 12시30분께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이 함께 들어왔다.

직원은 이들에게 결제 방법을 안내하고 즉시 방을 안내했다.

이 룸카페 역시 밀폐된 방에 매트가 깔려 있었고 대형 TV와 쿠션 등이 갖춰졌다.

크기는 방마다 달랐고 가장 작은 방은 가로 2m·세로 1.5m 남짓으로 168㎝인 기자가 똑바로 누워도 공간이 남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건물 입구 배너에 쓰인 대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영화나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 룸카페 사장은 방을 안내하며 넷플릭스 성인 계정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 룸카페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청소년 출입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TV 옆에 카운터로 연락 가능한 작은 전화기를 갖춘 룸카페도 있었다.

룸카페를 찾은 이모(16)양은 "실내에 폐쇄회로(CC)TV도 없고 직원들도 시끄럽지만 않으면 제지를 안 하니까 성관계를 맺거나 스킨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 이모(16)양은 "친구들이 룸카페를 많이 다니는데 피임 도구를 봤다는 등 소문이 많이 들린다"고 전했다.

강남지역에 있는 또 다른 룸카페 역시 '청소년 출입 금지 표시'를 부착하기는커녕 앳된 얼굴을 한 손님이 들어와도 신분증으로 나이 확인은 확인하지 않았다.

이 업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설모씨는 "신분증 검사를 안 해서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학기 중엔 교복 입은 학생들도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동작구 이수역 먹자골목의 한 룸카페는 심지어 무인으로 운영됐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자 원격으로 문을 열어준 뒤 통화로 결제 방법을 안내할 뿐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이용 요금은 평균적으로 3시간 기준 1만원 안팎. 빈방이 있으면 문을 닫을 때까지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곳도 많아 청소년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다.

용돈이 부족할 때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종종 룸카페를 찾는다는 최모(17)양은 "한번은 옆방에서 신음소리가 나서 불편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도 '프리패스'…'일탈 온상' 지목된 룸카페 가보니
이같이 공간이 분리된 밀폐 구조의 룸카페에 청소년이 별다른 제재 없이 드나들면서 각종 탈선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커지자 당국도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달 3∼13일 룸카페·멀티방 등을 특별단속할 계획이다.

중점 단속 사항은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위반,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표시 미부착, 이성 혼숙과 같은 청소년 유해 행위 묵인·방조, 음주·흡연·폭력·가출 등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 보호 활동 소홀, 술·담배 등 판매업소의 청소년 유해 표시 미부착 등이다.

일부 룸카페 사장 사이에선 서울시의 특별단속에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수역 인근 룸카페 사장 최모씨는 "내일부터 단속을 나온다기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이런 식으로 단속을 하면 청소년들이 풍선효과처럼 더 음지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룸카페 사장은 "청소년의 성적 일탈이 문제라면 교육을 잘해야 하지 이렇게 갑자기 업장을 규제하면 자영업자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