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줄이고 중개인·감평사 등 일탈행위도 감소 기대
보증 기준 강화로 보험가입 못하는 25%는 사각지대 우려
임대인도 매매계약 차질 등 불편 가중…임대물건 감소할 수도

정부가 2일 발표한 '2·2 전세사기 예방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하고, 역전세난으로 인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발해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온 종합 처방이라는 것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 반환보증의 전세가율을 매매가의 100%에서 90%로 낮춘 것은 '빌라왕'처럼 보증제도를 악용하는 모럴해저드를 막고, 감정평가를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은 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조작을 막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전세사기 대책 임차인 보호엔 도움…월세 전환 가속화"
안심전세앱 등을 통해 악성 임대인 정보의 보증사고와 세금체납 정보 등을 제공하기로 한 것도 전세사기, 깡통전세 예방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악성 임대인 및 세금 체납정보를 공개하고,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의 가입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세입자를 불행에 빠트리는 빌라의 '무자본 갭투자'를 어느정도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빌라사기 과정에 개입한 중개인과 감정평가사의 윤리와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이들의 일탈행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개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함과 동시에 임대인의 세금과 이자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서진형 교수는 "그동안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임대인에 대한 신용상태나 보증사고 이력 등을 알기 어려워 사기 등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중개인에게 이러한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면 전세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가입자수가 감소해 법의 보호를 받는 임차인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 24만명을 기준으로 추산할 때 약 25%가 전세가율 90%를 초과해 보증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에 최소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신청자 4명중 1명은 앞으로 보증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안전판"이라며 "보증제도 개선으로 HUG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이를 악용하는 전세사기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정작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취약계층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증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보증 가입을 위해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차액을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경우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집주인 동의 없이도 보증사고, 세금체납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 통과가 서둘러 이뤄져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전문가 "전세사기 대책 임차인 보호엔 도움…월세 전환 가속화"
이번 조치로 임차인 보호는 강화됐지만 일각에서는 임대인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집주인이 매매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이 새로운 매수인과의 임대차 계약 유지를 거부할 경우 보증금 반환 문제로 매매계약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보증금을 3개월 내 돌려줘야 하는데 기존 집주인이든, 새 집주인이든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안되면 매매계약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이 경우 계약 파기로 이어지면 귀책사유에 따라 계약금 등을 배액 배상해야 하는 등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 계약을 위해 자신의 신용을 다 공개해야 하고 사적 매매계약에도 걸림돌이 되는 등 불편한 점이 늘었다"며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이 줄어들면서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