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사에 배정했던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회수해 새로운 사업자에 주기로 하면서 ‘제4이동통신’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롯데·신세계도 제4 이통사 물망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접촉하며 이동통신 사업 참여 의사를 확인하는 중이다. 정부는 새로운 사업자에 28㎓ 망을 최소 3년간 독점 공급하고, 할당 대가도 종전보다 늦게 받기로 하는 등 줄 수 있는 ‘당근’을 모두 제공할 계획이다.

3.5㎓ 등 전국망은 알뜰폰 사업자처럼 기존 3사에서 빌려 쓰고, 주요 지역에 100~300개의 28㎓ 기지국을 추가 설치해 6세대(6G) 이동통신으로 가기 위한 실험적인 서비스를 시도하라는 게 정부의 제안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다. 쿠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초고화질로 제공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첫손에 꼽히는 후보다. ‘이음5세대(5G)’를 활용해 경기 성남시 정자동 본사 사옥을 스마트 오피스로 운영하는 네이버도 정부의 러브콜을 받는 대상이다.

IT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롯데그룹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회사 칼리버스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롯데월드·백화점·충전기 시설 등 기지국 구축을 위한 여건이 마련돼 있어 검토해볼 만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같은 이유로 대형 쇼핑몰을 다수 보유한 신세계그룹 등도 거론된다.

다만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은 “당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정부가 제시하는 요건을 맞추려면 최소 3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고, 한 번 투자하면 계속해서 유지·보수 등의 책임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2010년대부터 정부는 무려 일곱 차례에 걸쳐 제4이동통신 후보를 물색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실제 사업 역량을 갖춘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종전과 달리 적은 투자금으로 상징적인 수준에서 사업을 시작해도 된다고 허용한 만큼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