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부자 자리 내준 아다니 회장 "펀더멘털 강해" 진화 시도 미국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로 큰 타격을 받은 인도 아다니 그룹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돌연 취소한 데 이어 유동성 경색 조짐을 보이면서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이번 논란으로 아다니 그룹 주가의 시가총액이 1천40억달러(약 127조원) 사라졌고 미국에서 거래되는 아다니 그룹 회사채 일부가 부실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채권시장에서 인도 투자등급·투기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가 각각 4.96%, 8.14% 수준인데 그룹 계열사인 '아다니 항만·특별경제구역'과 '아다니 그린에너지'의 일부 회사채 금리가 30%를 넘겼다는 것이다.
또 아다니 항만의 회사채 중 최소 4건의 가격이 달러 당 70센트를 밑도는 부실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에 크레디트스위스와 씨티그룹은 아다니 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나 주식을 대출 담보로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채권 은행들도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담보물 가치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루크로르 애널리틱스의 레너드 로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위험은 특히 부채 비율이 높은 그룹 계열사들의 대출 접근이 심각히 나빠지는 것"이라면서 계열사의 유동성 경색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앞서 힌덴버그 리서치는 지난달 24일 아다니 그룹이 주가 조작·분식회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부풀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공개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아다니 그룹의 상장사 시가총액이 120억달러(약 14조7천억원) 사라졌고, "계산된 증권사기"라는 반박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은 이날까지 이어졌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시총은 보고서 발표 이후 전날까지 180억달러(약 21조9천억원) 줄어들었으며,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사와 합작해 만든 아다니 토탈 가스의 시총도 270억달러(약 32조8천억원)나 사라졌다.
게다가 그룹 주력사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고 밝혔다가 전날 돌연 이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정은 전날 인도 뭄바이 증시에서 아다니 엔터프라이즈 주가가 28.45% 급락한 2천128.70루피를 기록, 유상증자 공모가 하단(3천112루피)보다 크게 낮아져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나왔다.
벤 실버먼 베리티데이터 리서치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번과 같은 공모 취소는 드문 일"이라며 "마지막 순간에 (유상증자를) 철회해 당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룹을 이끄는 세계적 갑부 가우탐 아다니 회장은 이번 논란 이후 처음으로 성명을 내고 "(유증 취소가)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현재 운영과 미래 계획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진정에 나섰다.
그는 "우리 기업들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강하고, 재무제표는 건강하다"면서 "시장이 안정되면 자본시장 전략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준으로 아다니 회장의 총자산은 751억달러(약 92조원)로 쪼그라들었으며, 이로 인해 포브스 부자 순위는 15위로 내려앉고 '아시아 최고 부자' 타이틀을 잃었다.
아다니 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인도 경제에서 아다니 그룹의 비중이 큰 만큼, 인도 정부가 어떠한 구제조치를 내놓을지도 시장의 관심사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다만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는 이날 힌덴버그 보고서로 촉발된 아다니 그룹사들의 주가 급락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EBI는 또한 힌덴버그가 보고서를 통해 제기한 주가조작 의혹 등도 살펴보고 있으며,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유상증자 과정에 불법이 없었는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