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푸드 대표 수출 품목인 라면이 유해 물질 검출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이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해명 했지만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리 국민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끊이질 않는 먹거리 파동, 먼저 김예원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농심의 수출용 라면에서 잔류 농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대만에서 수출 제품이 모두 폐기됐습니다.

우리가 평소 즐겨먹는 라면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하니, 소비자에게 상당히 충격을 줄만한 소식인데요.

제가 직접 마트로 가서 시민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임정대 / 서울 서대문구: 다른거 사 먹죠. 괜히 불안한데 어떻게 사 먹어요.]

[박유진 / 서울 마포구: 국내와 해외 제품은 원재료가 다르다라고 농심 측에서는 문제가 없다고는 했는데, 확실히 걱정이 되긴 하죠.]

[조원일 / 서울 성북구: 그것은 감독을 잘못한거죠. 옛날 우지 사태부터 얼마나 많았어요.]

장바구니에 담았던 라면을 다시 놓는 분도 계시고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표하는 분도 계셨는데요.

식품업계에서 '안전성 논란'이 매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1989년 우지 파동이 있었죠.

몇몇 기업이 라면을 튀길때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논란이었는데요.

국내 최초의 라면 회사인 삼양식품은 이 논란의 한 가운데 서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삼양식품은 8년 뒤인 대법원에서 우지가 식용으로 적합하다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점유율은 이미 10%대로 곤두박질친 뒤였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먹거리 파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2004년엔 '쓰레기 만두' 사태가 있었고, 이후 '멜라민 파동', '살충제 계란' 등 식품안전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돼왔습니다.

물론 실제 유해 성분이 들어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농심은 캉스푸, 닛신, 인도푸드, 토요스이산에 이은 세계 라면기업 5위로 추정되는데요.

앞서 신동원 농심회장은 세계 최상위 라면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불거진 악재, 우지 파동과는 결이 다르지만, 유해물질 논란에 해외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유오성 기자와 얘기 나눠보죠. 이번에 대만에서 문제가 된 제품이 신라면이죠?

[기자]

지난달 17일 이죠.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는 농심 수출용 라면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사발' 수입 식품 통관 검사에서 불합격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제품 잔류 농약 검사 결과 발암물질 일종인 에틸렌옥사이드(EO) 0.075mg/kg이 검출됐기 때문인데요. 대만 식약서는 자국 규정에 따라 통관에서 불합격한 1천 상자, 총 1128kg을 전량 폐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태국에서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같은 제품에 대해 유통 중단 조치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앵커]

농심이 해외에 수출한 라면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기자]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지 좀 찾아봤더니 지난 2년 간 농심 라면이 수출국 통관 검사 과정에서 이런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4번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월에는 이탈리아도 농심 '김치 신라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고, 7월에는 아이슬란드에서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또 2021년 8월 독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2년 동안 4번이나 유해물질이 반복적으로 검출되고 있는건데, 이게 발암물질이냐 아니냐 논란도 있는거죠?

[기자]

대만 당국은 에틸렌옥사이드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발표한데 대해, 농심은 에틸렌옥사이드가 아니라 2클로로에탄올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에틸렌옥사이드는 발암물질이고, 2클로로에탄올은 독성을 띄기는 하나 자연에도 있는 물질인데요.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강조한 겁니다. 농심은 또 국내 제품엔 해당 물질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왜 대만은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라고 한 것인가요?

[기자]

둘은 다른 물질이긴 한데, 2클로로에탄올이 소금물 같은 염기성 용액에 들어가면 에틸렌옥사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만과 유럽 등은 2클로로에탄올 검출량까지 에틸렌옥사이드로 환산해 안전관리 기준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해도, 유해물질인데, 이게 왜 자꾸 라면에서 검출되나요?

[기자]

농심 설명은 이래요. 일단 같은 제품이라도 국가별 특성을 감안해 다른 원료를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문제가 됐던 원료가 어떤 농산물인지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밝히진 않고 있는데요.

이 농산물이 자란 환경에서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어요. 들어보시죠.

[이덕환 / 서강대 화학과 교수 : 두 물질이 자연에 있을 수는 있지만 그냥 쉽게 자연에서 유래되는 물질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 식품을 생산하는 공정 과정에서 오염으로 발생한 사고일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그러다면 해외수출제품과 국내 생산제품의 생산공정이 다르지 않을 테니, 국내 제품에도 혼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이제 식약처가 조사를 하고 있으니 조금 기다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2클로로에탄올이 해외와 비슷한 수준으로 검출된다고 해도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햅니다.

지금 문제가 된 라면을 400개를 한 번에 먹어야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기준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거든요. 수출국에서 보면 규정을 어겼으니 불법식품을 유통한 셈이니까요.

그래서 농심이 설득력 떨어지는 해명만 할게 아니라 왜 혼입됐는지 사실대로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겁니다.

[앵커]

수출에도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기자]

지난해 3분기 농심의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달합니다.

이미 미국 라면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섰고, 글로벌 라면 시장도 5위에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신동원 농심 회장도 2021년 취임 당시 2025년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 50%까지 끌어올리고 글로벌 1위 라면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몇 년간 농심의 국내 경쟁력은 점점 하락하는 추셉니다.

한 때 60%를 넘겼던 라면 시장 점유율은 50% 초반대까지 밀려 해외 시장 성과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K푸드를 견제하려는 전 세계 식품 경쟁사들이 농심을 타깃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런 논란이 반복된다면 농심 라면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농심 라면, 나아가 K푸드 수출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유해물질 논란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유오성 기자·김예원 기자 osyou@wowtv.co.kr
농심 해외서 또 발암물질...수출 증가세에 찬물 끼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