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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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역대 최악의 반도체 혹한기에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1조70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분기 실적이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불어닥친 유례 없는 한파에 올 하반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지속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한 7조6985억원, 영업손실 1조7011억원을 기록했다고 1일 공시했다.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손익이 적자로 전환한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당초 1조원대 안팎 영업손실을 전망했던 증권가 우려보다도 훨씬 부진한 성적이다. 실적의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어 더욱 상황이 안 좋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연간 매출액은 44조6481억원, 영업익은 7조66억원이다. 매출은 3.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43.5% 대폭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줄고 제 품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4분기 경영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며 "지난해 매출 성장세는 이어졌으나 하반기부터 반도체 다운턴이 지속되면서 연간 영업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시장에 집중해 업황 악화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수요 절벽에 SK하이닉스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 투자 규모를 2022년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올해 투자 규모를 2022년 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다만 회사는 DDR5·LPDDR5, HBM3 등 주력제품 양산과 미래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가시화되는 부문에서는 투자와 공급을 늘렸다. 지난해 서버와 PC시장으로는 고용량 D램 제품 공급을 늘리고 성장세가 뚜렷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고객향으로는 DDR5와 HBM 등 제품 판매를 늘렸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SSD에서는 고객 확대를 통해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매출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보기기(IT) 기업들이 고점 대비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메모리 반도체 사용량을 늘리며 점진적으로 시장 수요가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역시 다운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이 늘지 않아 재고는 상반기 중 정점을 기록하고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최근 인텔이 DDR5가 적용되는 신형 CPU를 출시하고, AI에 기반한 신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 시그널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데이터센터용 DDR5와 176단 낸드 기반 기업용 SSD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반등시 빠르게 턴어라운드를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다운턴을 잘 극복함으로써 더욱 견고한 체질로 무장하여 글로벌 초일류 기술기업으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