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관리 후 '무전기 설치' 관용차서 대기…무전 듣고도 조치 안 해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요청 안해…마약단속 집중해 인파관리 소홀"
검찰 "용산서장, 이태원 참사 발생 105분 전부터 무전 들어"
이임재(54·구속)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부터 참사 현장 인파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무전 내용을 듣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발생 시점보다 105분 전이며 그간 이 전 서장이 밝힌 참사 인지 시점(오후 11시께)의 150분 전이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9시57분 이태원 일대에서 인파관리 중이던 송병주(52)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과의 전화 통화로 이태원 일대 상황을 처음 인지하고 오후 11시께에서야 참사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었다.

31일 법무부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에게 제출한 이 전 서장과 송 전 상황실장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 전서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 관용차에서 112 자서망(교신용 무전망) 송수신 내용을 파악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대통령실 부근에서 집회 현장 관리를 마친 뒤 관용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 차량에는 무전기 4대가 설치돼 있었다.

당시 용산서 112 자서망에는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리면서 차도까지 밀려 나갈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고, 차도로 밀려 나간 인파를 계속 인도 위로 올려 군중 밀집도가 가중되고 있다는 내용이 송수신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특히 차도로 밀려난 인파를 지속해서 인도로 올리는 송 전 상황실장의 잘못된 조치 내용을 파악하고도 이를 바로 잡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고 봤다.

이후 오후 9시57분에는 송 전 실장과 3분 20초 동안 통화하면서 현장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용산서장, 이태원 참사 발생 105분 전부터 무전 들어"
검찰은 또 이 전 서장이 핼러윈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을 사전에 요청한 사실이 없었다고 잠정 결론냈다.

검찰은 송 전 실장의 공소장에 '인파 운집으로 인한 압사사고 예방'이 아닌 '무단횡단 등 교통 무질서 단속'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서울청에서 교통기동대만 지원받기로 결정, 교통기동대 1개 제대의 지원만을 요청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인파 관리를 위한 경비기동대를 배치받으려는 논의가 없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용산서의 경비기동대 요청을 두고 이 전 서장과 김광호(59) 서울경찰청장이 벌인 진실공방에서 김 청장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검찰은 또 용산서가 참사 당일 마약 단속 등 범죄 예방에만 집중해 인파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송 전 상황실장이 공보업무 담당 명목하에 마약단속 동행취재 등의 목적으로 이태원파출소에 방문한 기자들을 직접 응대하거나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데만 집중해 인파관리를 소홀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또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대책' 문건도 성범죄·마약·모의총포 등 여성청소년·형사·생활안전·외사 기능의 범죄 예방 단속 인력 증원과 차량 소통 확보에만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검찰 "용산서장, 이태원 참사 발생 105분 전부터 무전 들어"
이 전 서장이 정현우(53)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경정), 생활안전과 소속 최모 경위 등과 허위공문서 작성을 공모한 정황도 공소장에 상세하게 기재됐다.

이들은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상황보고서를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36분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경찰대 동기인 정 과장 등을 불러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고, 정 과장이 최 경위에게 보고서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이 전 서장이 옥상에서 정 과장이 가져다준 보고서를 휴대전화 불빛을 비춘 상태에서 한 줄 한 줄 읽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기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