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인터뷰…"인터넷서 인용…적극 대응 못 하는 현장 경찰 사례 나열한 것"
"100여개 행정심판위원회 통폐합 필요…권익위, 권력 통제했는지 성찰 필요"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오또케' 여성 비하 표현인 줄 몰랐다"
국민권익위원회 신임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으로 임명된 정승윤 부위원장은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집에 자신이 인용한 '오또케' 표현과 관련, "여성 비하 표현인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작년 2월 만들어진 대선 공약집에 '오또케' 표현이 들어가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했다.

당시 정 부위원장은 공약집의 경찰 개혁 부분에 2021년 11월 인천에서 층간 소음 갈등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이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현장을 이탈한 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위 사건 발생 전에도 경찰관이 '오또케'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찰이 범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범인으로부터 피습받아 다친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있다'고 적었다.

'오또케'는 주로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이 급한 상황에 '어떻게 해'라는 말만 반복하며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다며 조롱조로 쓰이는 말이다.

공약집에 해당 표현이 들어간 것이 논란이 되자 정 부위원장은 당시 후보 캠프에서 해촉됐다.

정 부위원장은 공약집에서 일련의 사건을 언급한 것은 경찰이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짚어내기 위한 배경 설명이었다고 해명했다.

정 부위원장은 "순경 출신들이 왜 범죄 현장을 회피하고 보신주의가 됐나 생각하면 순경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고위직을 못 간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고위직을 못 가니 자기희생을 하겠느냐는 문제를 지적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당시 경찰이 범죄 현장을 회피하는 사건을 쭉 검색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사건에 '오또케'가 있었다"며 "제가 만든 사건도 아니고 인터넷 표현을 그대로 쓴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부위원장은 "앞으로 이런 사건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공상 보상금을 확대해야 하고, 공안직 수준의 수당을 줘야 하고, 순경 출신 경무관이 20∼30%는 돼야 한다는 공약을 짰다"며 "이 취지는 작년 12월 경찰 인사제도 개선 방안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작년 12월 순경에서 경무관까지 승진하는 데 필요한 최저 근무연수를 총 16년에서 11년으로 5년 단축하는 '경찰 조직 및 인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 부위원장은 또 "대학생인 제 딸도 그 표현이 여성 비하 표현인지 몰랐다고 한다"며 "저의 부친이 순경으로 시작하고 경감으로 정년퇴직했기에 말단 순경의 아픔을 너무 잘 안다"고 말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오또케' 여성 비하 표현인 줄 몰랐다"
정 부위원장은 중앙행정심판위원장으로서 포부도 전했다.

그는 현재 100곳이 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행정심판위원회는 법원처럼 단일 조직이 아니다 보니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며 "국민 권리의 실효적 구제가 돼야 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개선하려 한다"며 "이는 전문가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권익위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3명 등 정무직이 모두 4명이다.

정 부위원장과 김태규 고충·민원 담당 부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임명됐고, 전현희 위원장과 안성욱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이다.

정 부위원장은 '이전 정부 정무직과 잘 공존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잘 모셔야 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이어 "법은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이고, 권력 통제 기구가 국민권익위"라며 "권익위가 과연 국가 권력에 대해 유효적절하게 통제하고 견제했는가 성찰이 없으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거나 존중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