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꺾이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리테일 상가부터 업무용 오피스 빌딩까지 자산관리 및 중개 업무를 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바이러스감염증) 충격에도 수익을 낸 기업엔 투자금이 몰리는 반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른 프롭테크도 똑 부러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투자금 조달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팬데믹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상권을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리테일 프롭테크 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이 총 9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단계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주력 사업모델이었던 팝업스토어부터 대형 아케이드 임대 대행, MD(상품기획) 컨설팅까지 리테일 부동산 전반에서 높은 수익성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회사는 코로나19 발생 전 매출 수준을 넘어 연평균 300% 이상 성장했으며, 2021년 하반기에 손익분기(BEP)를 돌파했다.

임차인 데이터에만 집중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나 부동산 투자자문사들이 입지 분석, 건물 정보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임차인 정보에만 집중한다”며 차별점을 강조했다.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으로는 △사무공간 임대차 및 매매에 중점을 둔 알스퀘어 △인공지능(AI) 상권분석에 기반한 오아시스비즈니스 △빅데이터 상권분석에 강점이 있는 오픈업(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에 흡수합병) △상가·사무실 매물 정보에 중점을 둔 네모(직방에 인수) △주거와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자산 관리를 돕는 홈노크(트러스테이 운영)등이 경쟁하고 있다.

2015년에 설립된 스위트스팟은 상업용 건물의 유휴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하는 중개 서비스로 시작했다. 등록된 공간만 400여곳, 지금까지 진행한 팝업스토어만 5000개가 넘는다. 여기에 웹 크롤링을 통해 네이버와 각종 플랫폼에 공개된 이용자 평점, 연령·성별 고객 비중 등 리테일 점포 데이터를 수집했다.

돈 버는 상권의 비밀은


최근 스위트스팟의 성장세를 이끄는 것은 대형 아케이드 임대 대행과 MD 컨설팅이다. 2019년 서울스퀘어, 안녕인사동을 시작으로 여의도 파이낸스타워,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성수낙낙, 신도림 쉐라톤 디큐브시티 등 매년 8~10곳을 유명 점포들이 입점한 '핫플레이스'로 변신시켰다.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케이드도 지난해 스위트스팟이 MD 컨설팅을 맡았다.

팬데믹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상권을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이 역시 임차인 데이터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역마다 유동 인구의 특성에 맞는 리테일 점포를 입점시킨다"며 "임대 대행을 맡은 여의도 파이낸스타워엔 30·40대 남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식점을 선별해 입점시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성수낙낙’엔 전시관 그라운드시소와 친환경 의류기업 파타고니아 등 MZ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점포가 입점했다.
리테일 프롭테크 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이 임대 대행을 맡은 서울 성수동의 리테일 부동산 '성수낙낙' 전경 / 출처: 스위스스팟 홈페이지
리테일 프롭테크 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이 임대 대행을 맡은 서울 성수동의 리테일 부동산 '성수낙낙' 전경 / 출처: 스위스스팟 홈페이지

상업용 부동산도 DX 바람


회사는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테넌트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동안 축적한 팝업스토어 및 리테일 점포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점포의 매출, 유동 인구, 평점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상권에 맞는 리테일 큐레이션을 진행한다는 얘기다.

스위트스팟은 임차인 데이터를 무기로 CBRE, 세빌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등 기존 글로벌 부동산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매입·매각 자문 및 시설관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회사는 자체 리테일 자산관리 소프트웨어(SaaS)도 개발해 소매 점포의 수익개선부터 운영비용 간소화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우미건설 등 전략적 투자자 참여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건설사 유통사 등 전략적 투자자가 다수 참여했다. 스위트스팟과 팝업스토어를 여러 차례 진행한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털(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은산토건의 ES인베스터, 우미건설, 한화투자증권, 하나증권, 손앤컴퍼니, 티그리스 등이 참여했다. 기존 주주인 알토스벤처스도 3회 연속 후속 투자에 나섰다.

투자를 주도한 임정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투자총괄은 “창업자가 가장 잘하는 상업용 부동산을 프롭테크에 녹여 시장에서 빠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