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사제총기 사건 당사자 증언도…"천부당만부당이었지만 온갖 구타 당해"
부마민주항쟁 기억 풀어내다…13명 이야기 담은 체험수기집 발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참여자와 목격자 등이 겪은 부마민주항쟁 이야기를 풀어낸 체험 수기집 '아직도 생생한 그 날의 기억'을 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수기집에는 '마산 사제총기' 사건 관련자의 증언이 실렸다.

마산 사제총기 사건은 마산에서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 직후인 1979년 10월 20일 당시 최창림 마산경찰서장이 시위 현장에서 총기가 발견됐다고 발표하며 알려졌다.

당시 삼성라디에이터에서 부품 품질 검사원으로 일하던 정광준(66)씨는 책상에서 스프링이 나왔다는 이유로 사제 총기 제작자로 지목돼 끌려간 뒤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정씨는 "(나와) 사제 총과의 관련은 그야말로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었다"며 "(사제 총기 근거로 지목된) 그 스프링은 라디에이터 캡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이고 나는 그 스프링도 품질 검사하는 사원이었다"고 수기집에 썼다.

그러면서 "사제 총을 내가 제작했다는 얘기가 없자 그 과정에서 온갖 구타를 당해야만 했던 것이었지"라고도 덧붙였다.

마산 사제총기 사건은 2018년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의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위원회는 항쟁 당시 계엄사령부가 합동수사단을 꾸려 시위자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허위 자백을 받기 위한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가 자행됐고, 배후세력을 만들기 위해 마산 사제총기 사건을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수기집에는 이 밖에도 당시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친구 3명을 동조자로 지목한 뒤 죄책감에 평생을 고통받은 사연 등 항쟁 참여자와 목격자를 포함한 총 13명의 이야기가 실렸다.

200여쪽 분량의 수기집은 지난해 10월 사업회가 진행한 체험수기 공모전에 접수된 작품들을 묶어 완성됐다.

사업회 관계자는 "마산 사제총기 사건 당사자의 직접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묻혀 있던 부분들을 드러내고, 역사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체험 수기집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20일 부산과 마산, 창원 등 경남 일대에서 박정희 유신체제에 반발해 일어난 학생과 시민의 민주화 투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