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제난 레바논, 분담금 못내 유엔총회 투표권 박탈
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중동 국가 레바논이 분담금 미납으로 유엔 투표권을 박탈당했다고 국영 뉴스통신사인 NNA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서한을 통해 분담금 미납으로 레바논이 도미니카, 적도기니, 가봉, 남수단과 함께 유엔 총회 투표권을 박탈당했다고 통보했다.

유엔은 회원국의 밀린 분담금이 직전 2개년도 분담금 규모와 같거나 많을 경우 총회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레바논이 최소 180만 달러(약 22억 원)를 납부해야 투표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유엔에서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미납 분담금을 곧바로 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치른 레바논은 이후 세력 균형을 위한 합의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권력분점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런 종파 간 권력분점은 정치권 및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낳았고, 결국 중동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가로 평가받았던 레바논을 위기로 몰아갔다.

2019년 본격화한 레바논의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를 겪으면서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는 90% 이상 폭락하면서 에너지와 의약품 등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국민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러시아가 '세계의 식량 창고'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산 밀 의존도가 높은 레바논은 식량난까지 떠안게 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파 간 갈등으로 근 석 달째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는 등 국정 운영의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