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쿡 실용적·신중한 경영스타일…핵심 사업에만 투자
광고 영향 덜받는 비즈니스 모델…제삼자에 제품 아웃소싱도 강점
빅테크 '감원 칼바람' 피한 애플…"고용군살·공짜점심 없어서"
미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들 사이에 대규모 '감원 칼바람'이 불지만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무풍지대'를 누려 주목받고 있다.

전사적 감원을 발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이에 앞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과 달리 애플은 빅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2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이 다른 빅테크와 달리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실용적인 경영 방식이 꼽힌다.

미국 벤처 캐피탈 루프 벤처스(Loup Ventures)의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팀 쿡은 테크 CEO 중 가장 실용적"이라며 "그는 가장 위험을 회피하며, 이는 애플이 그동안 고용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월 15만4천 명이었던 애플 직원 수는 2022년 9월에는 16만4천 명으로 1만 명 늘어났다.

이는 아마존이나 메타, 구글이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같은 기간 각각 수만 명을 채용한 것에 비해 현저히 적은 규모다.

또한 쿡 CEO는 신중한 경영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애플은 그동안 모험일 수도 있는 부차적인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부은 적이 없다.

핵심 사업이 아닌 곳에는 시간이든, 돈이든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혁신적인 신규사업 '문샷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구글, 최첨단 연구팀을 운영하는 아마존이나 MS, 메타버스에 역량을 쏟고 있는 메타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빅테크와 차별화되는 것도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지 않은 이유다.

애플은 광고가 아닌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광고 산업의 영향을 덜 받는다.

또 전 세계에 많은 스토어를 소유해 운영하고 있지만, 거대한 창고와 물류 허브 네트워크를 갖춘 아마존과 비교하면 물리적인 공간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미국 기술 자문·연구사 무어 인사이츠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수석분석가는 애플이 아이폰 등의 제품 제조를 제삼자에게 아웃소싱하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애플은 자체적인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 덕분에 스마트폰 수요 변화의 영향을 덜 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플이라고 해서 경기 침체 영향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사적이지는 않더라도 부분적인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이브스는 "애플은 빠르게 성장하지 않거나 쿡의 우선순위를 반영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인력을 줄일 것"이라며 "전체 PC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라 맥 컴퓨터 부문이 감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1일자 기사에서 작년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정리해고 규모가 20만명에 달하지만, 애플은 이런 흐름에서 비껴나 있다며 그 비결로 "고용 군살과 공짜 점심이 없어서"라고 짚었다.

2019년 9월부터 작년 9월까지 3년 간 애플의 인력은 20%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고, 구내 식당에서 직원들의 식사를 푸짐하게 챙겨주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애플은 공짜 점심도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아마존은 인력이 거의 2배로 늘었고, 메타는 94%,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57%, 53% 직원 수가 불어났다고 WSJ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