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생각에 고돼도 행복"  광주·전남 귀성행렬 본격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광주·전남의 귀성 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광주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 종합버스터미널은 오전부터 귀성객들로 붐볐다.

특히 양손 가득 보따리 짐을 들고 전남 곳곳에서 올라온 역귀성객들이 눈에 띄었다.

어르신들은 자녀 집으로 가기 위해 이곳에서 한 번 더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를 여러 번 타는 여정이 고될 법도 했지만, 오랜만에 북적이는 명절을 보낼 생각에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침을 못 먹고 나와 빵으로 끼니를 때우던 양모(82)씨는 "자녀들은 시간이 없으니 얼굴 보려면 내가 가야 한다"며 "아들, 며느리, 손주, 딸을 볼 생각을 하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짐을 앞에 두고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79)씨도 "자녀들이랑 먹으려고 채소랑 땅콩이랑 이것저것 챙겼다"며 "코로나 때문에 같이 설을 보내는 건 오랜만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자식 생각에 고돼도 행복"  광주·전남 귀성행렬 본격화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짐을 한가득 들고 버스 탑승구로 들어선 대학생 조혜은(22) 씨는 "실습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하다가 설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간다"며 "부모님께서 내려오라고 자주 연락하셨는데 오랜만에 가서 집밥도 먹고 푹 쉬다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가족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왔다는 홍진희(29) 씨는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가는 거라 부모님께 둘째를 처음 보여드린다"며 "한 달 전 티켓을 끊고 설레서 밤잠을 설쳤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재밌게 놀고 돌아오고 싶다"고 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도는 활기에 직원들도 분주했다.

직원들은 매표 기계를 다루는 데 서툰 어르신들을 돕고, 수화물을 접수하고 옮기느라 바삐 움직였다.

한 버스 기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빈 버스로 다닌 적도 있다"며 "오늘은 오후 표가 전부 매진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섬 지역에서도 귀성길은 시작됐다.

전남 지역 목포, 신안, 여수, 완도 등 섬 지역에서 출발한 배편에는 직접 채취한 수산물을 양손에 들고 자녀들의 집으로 향하는 역귀성 어르신들이 줄이어 내렸다.

일찌감치 귀성길에 나서 고향으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싣는 귀성객들도 간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