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가뜩이나 어려운 이라크, 환율 급등·물가상승에 시달려"

미국이 경제제재 대상인 이란으로 달러가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고 인접국가인 이라크의 은행들에 대한 전자송금 규정을 강화하자 이라크 경제가 유탄을 맞아 휘청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이란 견제용 전자송금 규정 강화에 이라크가 불똥 맞아"
WSJ은 이라크인들이 생필품 가격 상승을 초래한 최근 자국 통화 약세의 원인으로 미국 재무부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해 시행한 이라크 민간 은행에 대한 전자송금 절차 강화 조치를 꼽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라크 정부 계좌가 개설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작년 11월부터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이란과 중동의 다른 제재 대상 국가로 달러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라크 상업 은행들의 국제 전자송금 절차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절차에서 이라크 은행들은 달러를 송금하려면 중앙은행의 새 온라인 플랫폼에 수령인 등 자세한 이체 정보를 입력하고,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제도 시행 후 이라크에서 사실상 달러 전자 이체가 막히면서 지폐 수요가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환율이 10% 이상 급등하고 식품과 수입품 가격도 크게 오르는 등 경제가 요동쳤다.

이라크 은행들의 17일 하루 전자송금액은 2천290만 달러로, 3개월 전인 작년 10월 17일 2억2천440만 달러에서 90% 가량 줄어들었다.

이라크 디나르화의 공식 환율은 달러 당 1천470 디나르로 고정돼 있지만 수도 바그다드 시중 은행과 환전소에서는 지난해 11월보다 10% 이상 치솟은 1천620 디나르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전자송금 규정 강화는 이라크 중앙은행과 미국 재무부, 연준이 2년간 논의해 공동 시행에 들어간 것이기에 갑작스러운 게 아니고 환율 상승도 새 조치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라크 관리들과 은행가, 수입업자들은 달러 거래에 대한 감시 강화로 달러 현금 수요가 급증했다고 주장하며 이 조치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크 경제에 불필요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전자송금 규정 강화로 중동지역 테러조직 등 제재 대상자들의 이라크 금융시스템 이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금융 혼란은 이라크 계좌 소유자들이 새 절차에 익숙해지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하메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미국 연준의 조치가 이라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이라크 정부의 올해 예산을 위협하고 있다"며 다음 달 워싱턴에 대표단을 보내 새 정책을 6개월간 유예할 것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