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단 앉은 오수영도 호명 안해…둘다 김여정 보좌 '원로' 역할하는듯
북,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급' 낮추고 부의장에 맹경일 발탁
北김영철,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에 포착…국무위원직 유지한듯
북한 김영철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17∼1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 주석단에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원로인 김영철이 주요 당직을 내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으며 국정 운영에서 일정 역할을 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영철은 매체에 호명된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 주석단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았으나, 매체가 보도한 사진에서는 주석단 두 번째 줄에 앉았다.

조선중앙통신이 "국무위원회 위원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서기장, 위원들, 최고인민회의 부의장"도 주석단에 자리했다고 전한 것으로 미뤄 김영철은 국무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미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해 6월 당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남부서인 당 통전부장에서 물러난데 이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직함도 땠다.

더욱이 앞서 지난해 연말 열린 당 전원회의 때 주석단에 오르지 못해 당시 당 정치국 위원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주석단 호명 인사가 당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런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결과적으로 김영철이 모든 당직을 내려놓았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직만은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집권 이후 기존의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신설된 최고 정책지도기관으로, 경제와 사회 등 내치뿐 아니라 외교와 안보, 통일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결정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아울러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경제비서였던 오수용(79)도 김영철처럼 주석단 두 번째 줄에 앉았다.

북한 매체는 이번 주석단 인물을 호칭하면서 오수용도 뺐다.

오수용은 지난해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과 당비서 등 모든 당직에서 해임됐다.

올해 77세인 김영철과 79세 오수용 모두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당직에서 물러났지만, 국무위원 직책은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각각 대외·대남과 경제분야에서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보완하는 '원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국무위원으로 대외·대남을 관장하고 있는 만큼 김영철이 그의 활동을 보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이번 정기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의장(남측 국회의장 격) 인사의 '급'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부의장 인선에 힘을 줬다.

통신은 이에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박인철 대의원이, 부의장으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서기국장 겸 의장 맹경일 대의원이 보선되었다"고 전했다.

최고인민회의 전임 의장은 최태복, 박태성 등 모두 '정치국 위원 겸 당 비서' 급이었지만 이번에는 당 중앙위 후보위원인 근로단체 책임자를 뽑은 것이다.

반면, 부의장에는 대남 라인의 핵심 인물이었던 맹경일 조국전선 서기국장을 발탁해 무게감을 보충했다.

맹경일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사다.

올림픽 기간 당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함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전 통전부장의 회담을 성사시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이 불참한 이번 회의에는 그의 최측근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도 불참했다.

조용원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자 국무위원회 위원임에도 참석하지 않아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비서는 지난해 '공화국 창건 74돌 화환 진정 행사', '당 창건 75돌 경축대회', 20201년의 '3대혁명선구자대회' 등 당·정 주요 간부들이 총출동한 행사에도 김 위원장이 불참하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이밖에 리태섭 법제위원회 위원장 등의 인선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인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