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오지 않고 고립·은둔한 채 살아가는 청년이 서울시에만 1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숨어버린 청년이 4.5%나 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들을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 청년 중 4.5%, 최대 12만9000명이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에 살고 있는 만 19~39세 청년 5513명 및 청년 거주 522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한 결과다. 전국 청년으로 대상을 넓히면 그 수가 61만 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고립’은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 상태에 놓여 최소 6개월 이상 이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로 봤다. ‘은둔’은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며 은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 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로 규정했다.

청년들이 고립과 은둔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실직과 취업의 어려움’(45.5%)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심리적, 정신적인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 순이었다. 고립·은둔 청년의 55.6%는 거의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생활의 지속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8.1%),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순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는 비중도 높았다. 고립·은둔 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64.7%였다. 이는 일반 청년의 응답 31.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건강 상태도 좋지 못했다. 고립·은둔 청년은 자신의 신체적 건강 상태에 대해 43.2%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18.5%는 정신 건강 관련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3월 안에 종합 지원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종합 컨트롤타워로서 ‘마음건강 비전센터’를 운영하고, 대학병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단순 상담뿐만 아니라 체계화된 사업 형태로 확장할 방침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