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폭동 배후 보우소나루 등 체류하며 고급 주택가 거주
역대 남미 독재자들 결국 불행한 최후 맞아
'남미 독재자들의 낙원' 美 플로리다…호화판 도피생활의 끝은
브라질 의회 및 대통령궁 난입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플로리다를 거쳐 간 남미 독재자들의 도피 생활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처럼 자국을 떠난 뒤 플로리다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갔던 남미 독재자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WP는 "수십 년간 플로리다는 쫓겨난 외국 지도자들에게 묘한 매력을 발휘했다"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근처인 올랜도 교외를 도피처로 삼은 것이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고 평했다.

1979년 니카라과의 독재자였던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전 니카라과 대통령은 국내외의 거센 비난 속에 권좌에서 쫓겨난 뒤 플로리다로 달아났다.

그가 플로리다의 초특급 거주지인 선셋 아일랜드에 도착했을 땐 그의 반공성향 덕분인지 주민들로부터 꽤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쿠바의 독재자 헤라르도 마차도 전 대통령도 1933년 아바나에서 탈출한 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자리 잡았고, 쿠바의 또 다른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도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혁명 세력에 밀려난 뒤 플로리다 잭슨빌로 달아났다.

아이티의 독재자 프로스퍼 에이브릴 전 대통령도 1990년 권력을 이양한 뒤 반대파의 암살 위협을 피해 플로리다 홈스테드로 도망쳤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두 차례나 지낸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도 각종 부패 혐의로 자국에서 정치 생명이 끝나자 2010년 사망하기 전까지 마이애미에서 여생을 보냈다.

'남미 독재자들의 낙원' 美 플로리다…호화판 도피생활의 끝은
플로리다의 매력으론 남미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비롯해 대규모로 형성된 남미 이민자 공동체, 남미와 비슷한 기후 등이 꼽힌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플로리다에는 11만5천 명의 브라질 출신이 살고 있으며, 쿠바인과 아이티인 공동체는 훨씬 더 크다.

주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남미계이며, 대도시에서는 스페인어가 주로 쓰인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극우진영에 영향력이 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 팜비치에 마러라고 리조트를 보유한 점이나 미 공화당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가 주지사인 점 등도 좌파와 대립하는 남미 독재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일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도피 생활은 대부분 불행하게 끝났다.

에이브릴 아이티 전 대통령은 자국 내 인권 탄압 문제로 소송을 당해 2천만달러(약 248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바티스타 쿠바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망명 신청이 거부돼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다.

이후 2017년 플로리다 지역 매체는 그의 딸이 유산을 모두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 공원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소모사 전 니카라과 대통령은 본국으로 송환될 것이란 두려움에 파라과이로 이주했다가 우울증에 걸렸고, 1980년 거주지 근처에서 암살당했다.

WP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올랜도의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커뮤니티 리조트 내 주택에 머물고 있다.

이 집은 브라질 종합격투기 선수인 호세 알도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의회 폭동 이후 브라질 당국은 보우소나루 배후설을 거론하며 그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으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아직 공식 요청을 받지 않았지만 요청이 들어오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WP는 "보우소나루가 플로리다에 얼마나 오래 머물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도 결국 '선샤인 스테이트'(플로리다주의 별칭)가 자신이 바라던 낙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