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소음 극복하려 소리·행동 바꾸지만 소통 실패 증가"

사람들이 시끄러운 식당에서 대화할 때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도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다른 개체와 소통을 위해 소리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브리스톨대 스테퍼니 킹 교수 연구팀이 돌고래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시끄러운 환경이 돌고래들의 의사소통과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인간의 소음 공해가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간이 만든 잡음에 돌고래들 소리높여 대화…소음공해 심각"
이 연구는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논문 제1 저자이자 공동 교신저자인 페르닐레 쇠렌센 연구원(박사과정)은 "시끄러운 술집에서 대화할 때 서로 목소리 볼륨을 높이게 된다"며 "돌고래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소음에 반응하고 약간의 잘못된 의사소통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는 소리로 소통하고 반사돼 돌아오는 고주파로 자신과 먹잇감 위치를 파악하는 반향 정위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추나 선박운항 등 인간 활동 소음은 돌고래 같은 해양생물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병코돌고래 두 마리를 22.6m×15.2m 크기 호수에 넣고 소음이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 등에서 두 마리가 각각 일정 시간 안에 반대편 모서리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협력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또 두 돌고래가 버튼을 향해 출발하는 시간에도 차이를 둬 오로지 소리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소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했다.

그 결과 호수 바닥 스피커의 소음 볼륨을 높이면 돌고래들도 소음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내는 소리의 볼륨과 지속시간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음이 커질 수로 돌고래들의 의사소통 실패도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음이 가장 낮은 수준에서 시추나 선박운항 같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면 돌고래들의 의사소통 성공률은 85%에서 62.5%로 떨어졌다.

돌고래들은 울음소리를 바꿀 뿐 아니라 소음이 커질수록 마주보기 위해 몸을 서로를 향해 트는 행동을 더 자주 하고 헤엄쳐서 서로 가까이 가는 행동도 늘어나는 등 몸짓언어도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킹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돌고래들이 울음소리와 몸짓언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소음공해의 영향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돌고래들은 사냥과 짝짓기 등을 할 대 소리에 의존해 소통을 하기 때문에 소음 수준은 돌고래 개체의 행동뿐 아니라 전체 군집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리는 물속에서 공기에서보다 4.5배나 빨리 전달되고 해양 생물들은 소리로 주변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 소리는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무척추동물과 어류는 저주파를 들을 수 있고 돌고래와 고래는 최대 200㎐의 높은 주파수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선박 운항, 지진탐사, 석유 시추, 풍력 발전 등 인간의 해양 활동 증가로 소음 공해가 급증하면서 고래 등 해양생물이 육지로 밀려오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현상 등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9월 호주에서는 파일럿 고래 450마리가 태즈메이니아 서해안에 떠밀려와 대부분이 안락사되기도 해 그 원인이 해저 소음공해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