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조사한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한 차례 더 불러들일 전망이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설 연휴 이후 이 대표를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는 만큼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내부 비밀’로 7886억원 수익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12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전 전략사업실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5명을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성남시와 성남도개공 내부 비밀을 이용해 7886억원의 부당수익을 거둔 혐의다. 이 대표의 공모관계가 공소장에 적시되진 않았지만, 검찰은 성남시장 활동 및 재선 과정이 범행과 깊숙하게 얽혀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성남도개공 소속이던 유 전 본부장과 정 전 실장은 성남시와 성남도개공의 개발사업 방식, 서판교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을 이용해 대장동 일당이 구성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2019년 3월부터 지금까지 택지 분양수익 약 4054억원, 아파트 분양수익 약 3690억원, 자산관리위탁수수료 약 140억원 등 합계 7886억원 상당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명의로 취득하거나 제3자가 취득하게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 이후 민간사업자 등은 로비 활동을 했고 시장 재선 과정에서 선거자금 제공, 선거운동 지원 등으로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범행 배경 설명에 포함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내부 비밀을 흘려주는 과정에 이 대표가 개입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 천화동인 1호가 배당받은 수익 중 이 대표 몫이 있는지도 향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유씨와 민간사업자들이 ‘이 대표 측’을 위해 천화동인 1호에 몫을 떼어놨다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유 전 본부장 등을 기소하면서 “이재명 당시 시장은 공사 설립 전후 ‘제1공단 사업비만 조달하면 업자들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포동의안 부결될 듯

검찰은 장기간 수사를 통해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진술과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 신분이고,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조사에서 A4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며 진술을 사실상 거부한 만큼 세부 혐의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늦어도 이달 말에는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할 전망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노웅래 민주당 의원 때처럼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은 검찰 그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균형이나 합리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할 전망이다.

검찰은 김만배 씨의 언론계·법조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선 우선 대장동 개발사업 자체에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 성격과 수사 효율성을 고려해 수사 일정을 수립한 다음 계획에 따라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