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팍스로비드 사재기에 제일약품 주가 들썩?…국내 유통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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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전체 매출서 화이자 의약품 공동판매 비중 40% 웃돌아
“화이자 부사장 출신 CEO 은퇴 후 판권 쟁탈전 우려”
“오너 3세 나섰지만…R&D 역량 격차 극복 어려울수도” “제일약품이 화이자 의약품을 많이 유통한다는 이유로 ‘화이자 관련주’로 분류됐는데, 장기적으로 판권을 잃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근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아요.”
한 제약사 임원 A씨는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와 맞물린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우려로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수요가 급증하자 화이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제일약품이 급등락한 데 대해 이 같이 말했다.
10일 제일약품 주가는 2만600원으로 마감됐다. 중국 정부가 봉쇄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겠다는 제로코로나 정책의 출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지기 직전인 작년 11월7일 종가(1만7350원)와 비교해 18.73% 오른 수준이다. 리오프닝으로 확진자가 급등한 데 따라 중국 내에서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작년 12월에는 장중 2만46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팍스로비드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제일약품의 수익과는 관련이 없다. 심지어 팍스로비드의 한국 내 유통도 제일약품이 아닌 유한양행이 맡고 있다.
그럼에도 제일약품의 전체 매출에서 화이자 의약품의 공동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돈다는 이유로,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이 이슈가 될 때마다 제일약품 주가가 들썩거렸다. 제일약품 대표이사를 6번 연임했고,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7연임이 유력시되는 성석제 사장이 화이자코리아 부사장을 역임했다는 이력도 제일약품이 화이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데 한 몫 했다. A씨는 “성 사장이 은퇴한 이후 지금은 제일약품이 판매하는 화이자 의약품의 판권을 빼앗으려는 경쟁사가 여럿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한 품목군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기면 대형 품목이라는 뜻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는데, 제일약품은 리피토 한 품목군으로만 2021년에 17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국적제약사의 대형품목을 도입하면 빠르게 외형을 키울 수 있기에, 매출 규모가 큰 상위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판권 쟁탈전이 일어나 소송전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최근 제일약품이 잇따라 도입 품목의 판권을 빼앗긴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2021년 연간 기준 제일약품의 전체 매출 중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9.2%일 정도로 핵심 경쟁력인 공동판매 판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볼 수 있어서다.
작년 3월 일본 쿄와기린의 1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그라신(필라스팀)의 판권이 제일약품에서 보령으로 넘어갔고, 셀트리온그룹이 인수한 다케다 아시아·태평양 사업부의 당뇨병 치료제 네시나(일로글립틴)와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등의 판권은 셀트리온제약이 회수하기로 했다.
그나마 보령으로 넘어간 그라신에 대해서는 녹십자의 뉴라펙(페그테오그라스팀)이라는 대체 상품을 확보했지만, 네시나의 경우 대체 상품을 확보하지 못해 한독이 개발한 테넬리아(테네글립틴)의 복제약을 출시했다.
A씨는 “같은 계열 의약품 복제약을 판매 중이라고 해서 향후 대형 품목을 추가로 확보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직접 만들어 파는 복제약 제품 판매의 수익률이 공동판매보다 높다”면서도 “복제약 판매량이 오리지널약에 크게 못 미치면 이익의 절대적인 크기는 더 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제일약품은 작년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이 R&D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상위 제약사들 사이에서 격차가 크다는 게 A씨의 평가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의 도입 등으로 기간이 짧아졌다고는 하지만,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도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복제약 개량 쪽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A씨는 “신약보다 덜할 뿐 복제약 관련 R&D 역시 쉬운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R&D 분야의 격차를 줄인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A씨는 “상위 제약사 중 ‘유통회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회사가 유한양행과 제일약품인데, 유한양행의 경우 광범위한 벤처 투자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격차를 극복했다”면서도 “오너가 없는 유한양행이 걸어온 길을 오너 기업인 제일약품이 따라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전체 매출서 화이자 의약품 공동판매 비중 40% 웃돌아
“화이자 부사장 출신 CEO 은퇴 후 판권 쟁탈전 우려”
“오너 3세 나섰지만…R&D 역량 격차 극복 어려울수도” “제일약품이 화이자 의약품을 많이 유통한다는 이유로 ‘화이자 관련주’로 분류됐는데, 장기적으로 판권을 잃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근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아요.”
한 제약사 임원 A씨는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와 맞물린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우려로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수요가 급증하자 화이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제일약품이 급등락한 데 대해 이 같이 말했다.
10일 제일약품 주가는 2만600원으로 마감됐다. 중국 정부가 봉쇄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겠다는 제로코로나 정책의 출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지기 직전인 작년 11월7일 종가(1만7350원)와 비교해 18.73% 오른 수준이다. 리오프닝으로 확진자가 급등한 데 따라 중국 내에서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작년 12월에는 장중 2만46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팍스로비드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제일약품의 수익과는 관련이 없다. 심지어 팍스로비드의 한국 내 유통도 제일약품이 아닌 유한양행이 맡고 있다.
그럼에도 제일약품의 전체 매출에서 화이자 의약품의 공동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돈다는 이유로,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이 이슈가 될 때마다 제일약품 주가가 들썩거렸다. 제일약품 대표이사를 6번 연임했고,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7연임이 유력시되는 성석제 사장이 화이자코리아 부사장을 역임했다는 이력도 제일약품이 화이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데 한 몫 했다. A씨는 “성 사장이 은퇴한 이후 지금은 제일약품이 판매하는 화이자 의약품의 판권을 빼앗으려는 경쟁사가 여럿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한 품목군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기면 대형 품목이라는 뜻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는데, 제일약품은 리피토 한 품목군으로만 2021년에 17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국적제약사의 대형품목을 도입하면 빠르게 외형을 키울 수 있기에, 매출 규모가 큰 상위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판권 쟁탈전이 일어나 소송전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최근 제일약품이 잇따라 도입 품목의 판권을 빼앗긴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2021년 연간 기준 제일약품의 전체 매출 중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9.2%일 정도로 핵심 경쟁력인 공동판매 판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볼 수 있어서다.
작년 3월 일본 쿄와기린의 1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그라신(필라스팀)의 판권이 제일약품에서 보령으로 넘어갔고, 셀트리온그룹이 인수한 다케다 아시아·태평양 사업부의 당뇨병 치료제 네시나(일로글립틴)와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등의 판권은 셀트리온제약이 회수하기로 했다.
그나마 보령으로 넘어간 그라신에 대해서는 녹십자의 뉴라펙(페그테오그라스팀)이라는 대체 상품을 확보했지만, 네시나의 경우 대체 상품을 확보하지 못해 한독이 개발한 테넬리아(테네글립틴)의 복제약을 출시했다.
A씨는 “같은 계열 의약품 복제약을 판매 중이라고 해서 향후 대형 품목을 추가로 확보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직접 만들어 파는 복제약 제품 판매의 수익률이 공동판매보다 높다”면서도 “복제약 판매량이 오리지널약에 크게 못 미치면 이익의 절대적인 크기는 더 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제일약품은 작년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이 R&D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상위 제약사들 사이에서 격차가 크다는 게 A씨의 평가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의 도입 등으로 기간이 짧아졌다고는 하지만,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도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복제약 개량 쪽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A씨는 “신약보다 덜할 뿐 복제약 관련 R&D 역시 쉬운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R&D 분야의 격차를 줄인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A씨는 “상위 제약사 중 ‘유통회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회사가 유한양행과 제일약품인데, 유한양행의 경우 광범위한 벤처 투자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격차를 극복했다”면서도 “오너가 없는 유한양행이 걸어온 길을 오너 기업인 제일약품이 따라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