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 폭 완만해질 듯…감산 따라 반등 빨라질수도
현실이 된 혹한기…반도체의 봄은 언제 올까
반도체의 봄은 언제 올까.

삼성전자가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빠져 반도체 혹한기가 현실이 됐다.

업황 반등 시기를 두고 업계와 증권가에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반등 시점을 점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한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일단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업체들의 감산 정도에 따라 업황 회복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10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공급 업체들의 감산으로 가격 하락 폭이 지난해 4분기(20∼25%)보다 작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보다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 지난해 4분기(20∼25%)보다 둔화한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현재 혹독한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세부 실적이 나오진 않았으나 메모리 반도체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4분기 적자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나 2분기에 반도체 전체가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적자가 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 된다.

현실이 된 혹한기…반도체의 봄은 언제 올까
함께 K-반도체를 이끄는 SK하이닉스는 더 심각하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의 추정치 집계 결과 영업손실이 1조1천억원대에 이른다.

2012년 이후 10년 만의 적자가 눈 앞에 다가왔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감산에 나서고 있다.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라 보고 생산량을 줄여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증권가에선 감산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센터장은 "현재 시장에선 실적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실적이 얼마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큰 의미가 없다"며 "지금 중요한 건 빨리 재고를 줄여 내년에 이익 개선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현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의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침체기)은 더 늘어지고 그나마 올해 하반기 반등할 거라는 기대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다운사이클을 견딜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수요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고객사들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급의 긴장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상승·하락 사이클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라며 "상반기까지는 시장이 주춤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