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26) 예술인 품은 근대건축물…인천아트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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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건물 리모델링…국내 대표 예술 레지던시 공간으로
14년간 지역 예술인 499명 지원…다양한 전시·공연 선보여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 거리 양쪽으로 건물이 쭉 늘어선 형태의 인천아트플랫폼은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불린다.
인천시는 국가 등록 문화재인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사옥 등 중구 해안동 일대의 근대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해 2009년 9월 시민들이 편리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역사를 간직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스튜디오와 전시·공연장 등 13개 동으로 구성돼 문화예술공간과 예술인 보금자리로 재탄생했다.
◇ 개항 역사 담긴 건축물들…전시·공연장으로 변신
1883년 인천항 개항으로 외국인 치외법권 지역인 조계지(租界地)가 만들어지면서 항구 일대에는 일본인들이 잇따라 이주했다.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일본우선주식회사는 1888년 지금의 중구청 인근에 사옥을 세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금융 기관인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등 근처에 세워진 다른 공공시설과 달리 건축 양식이 좀 더 자유로운 특색을 띠었다.
민간 소유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원형이 제대로 보존돼 있고, 국내에 남은 근대 건축물 중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축에 속해 역사적 의미가 깊다.
붉은 기와 지붕과 노란 타일 외벽, 원목으로 만들어진 문틀과 문짝은 건물이 지어질 당시 그대로다.
이 건물은 리모델링 후 인천아트플랫폼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임유상(67) 인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7일 "이 건물은 서양을 흉내 낸 일본의 의양풍 건축물"이라며 "간척 사업이 이뤄지기 전에는 이곳 바로 옆이 바다여서 선박들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아트플랫폼에는 1902년 일본인이 세운 군 회조점(배로 물건을 나르는 가게)이었다가 해방 후 삼우 인쇄소로 운영돼온 건물도 남아 있다.
당초 이 건물은 1940년대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 초기 '메이지 35년(1902년) 코오리킨 자부로'라는 내용이 적힌 상량문이 발견되면서 정확한 건립 시기가 밝혀졌다.
지금은 '칠통마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건물은 현재 아트플랫폼 내 인천생활문화센터다.
넓은 갤러리 공간을 갖추고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임 해설사는 "당시 배가 정박하면 짐꾼들이 질통(모래를 지고 다니는 통)을 메고 다녔는데 여기서 칠통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그 맞은편에는 1933년 일본 조계지 내 창고·사무실로 쓰이다가 인천 예술가들의 '피카소 작업실'로 불리기도 했던 건물 3개 동이 자리했다.
이들 건물은 지금도 아트플랫폼에 입주한 예술인들의 스튜디오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1948년 대규모 창고로 지어진 뒤 비교적 최근까지 대한통운 창고로 쓰여온 건물 역시 붉은 벽돌 외관을 그대로 보존해 리모델링했다.
◇ 예술인들 머물며 창작…국내 대표 예술 레지던시
인천아트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내외 시각·공연 예술가들의 창작과 연구 지원이다.
운영 주체인 인천문화재단이 매년 공모를 내 이곳에 입주할 예술가를 뽑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외 기관과의 국제 교류 레지던시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인천아트플랫폼을 거쳐 간 국내외 예술가만 무려 400팀·499명에 달한다.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는 예술가는 22팀·28명이다.
이들에게는 개별 스튜디오 공간이 마련된다.
전문가 강연, 리서치 투어, 비평 프로그램 등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도 보장받는다.
시민들은 1년에 한 차례 작가 스튜디오를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와 함께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공연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부터는 인천 내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트랙을 별도로 운영하며 지역 미대 졸업생을 특별 선발하는 등 지역 예술인 발굴에 더욱 힘쓰겠다"며 "또 중견·청년 작가를 대상으로 올해의 작가를 선정해 하반기에는 초대전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며 연중 열리는 전시·공연 일정과 관람료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14년간 지역 예술인 499명 지원…다양한 전시·공연 선보여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 거리 양쪽으로 건물이 쭉 늘어선 형태의 인천아트플랫폼은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으로 불린다.
인천시는 국가 등록 문화재인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사옥 등 중구 해안동 일대의 근대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해 2009년 9월 시민들이 편리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역사를 간직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스튜디오와 전시·공연장 등 13개 동으로 구성돼 문화예술공간과 예술인 보금자리로 재탄생했다.
◇ 개항 역사 담긴 건축물들…전시·공연장으로 변신
1883년 인천항 개항으로 외국인 치외법권 지역인 조계지(租界地)가 만들어지면서 항구 일대에는 일본인들이 잇따라 이주했다.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일본우선주식회사는 1888년 지금의 중구청 인근에 사옥을 세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금융 기관인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등 근처에 세워진 다른 공공시설과 달리 건축 양식이 좀 더 자유로운 특색을 띠었다.
민간 소유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원형이 제대로 보존돼 있고, 국내에 남은 근대 건축물 중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축에 속해 역사적 의미가 깊다.
붉은 기와 지붕과 노란 타일 외벽, 원목으로 만들어진 문틀과 문짝은 건물이 지어질 당시 그대로다.
이 건물은 리모델링 후 인천아트플랫폼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임유상(67) 인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7일 "이 건물은 서양을 흉내 낸 일본의 의양풍 건축물"이라며 "간척 사업이 이뤄지기 전에는 이곳 바로 옆이 바다여서 선박들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아트플랫폼에는 1902년 일본인이 세운 군 회조점(배로 물건을 나르는 가게)이었다가 해방 후 삼우 인쇄소로 운영돼온 건물도 남아 있다.
당초 이 건물은 1940년대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트플랫폼 조성 사업 초기 '메이지 35년(1902년) 코오리킨 자부로'라는 내용이 적힌 상량문이 발견되면서 정확한 건립 시기가 밝혀졌다.
지금은 '칠통마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건물은 현재 아트플랫폼 내 인천생활문화센터다.
넓은 갤러리 공간을 갖추고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임 해설사는 "당시 배가 정박하면 짐꾼들이 질통(모래를 지고 다니는 통)을 메고 다녔는데 여기서 칠통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그 맞은편에는 1933년 일본 조계지 내 창고·사무실로 쓰이다가 인천 예술가들의 '피카소 작업실'로 불리기도 했던 건물 3개 동이 자리했다.
이들 건물은 지금도 아트플랫폼에 입주한 예술인들의 스튜디오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1948년 대규모 창고로 지어진 뒤 비교적 최근까지 대한통운 창고로 쓰여온 건물 역시 붉은 벽돌 외관을 그대로 보존해 리모델링했다.
◇ 예술인들 머물며 창작…국내 대표 예술 레지던시
인천아트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내외 시각·공연 예술가들의 창작과 연구 지원이다.
운영 주체인 인천문화재단이 매년 공모를 내 이곳에 입주할 예술가를 뽑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외 기관과의 국제 교류 레지던시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인천아트플랫폼을 거쳐 간 국내외 예술가만 무려 400팀·499명에 달한다.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는 예술가는 22팀·28명이다.
이들에게는 개별 스튜디오 공간이 마련된다.
전문가 강연, 리서치 투어, 비평 프로그램 등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도 보장받는다.
시민들은 1년에 한 차례 작가 스튜디오를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와 함께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공연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부터는 인천 내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트랙을 별도로 운영하며 지역 미대 졸업생을 특별 선발하는 등 지역 예술인 발굴에 더욱 힘쓰겠다"며 "또 중견·청년 작가를 대상으로 올해의 작가를 선정해 하반기에는 초대전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며 연중 열리는 전시·공연 일정과 관람료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