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미라 동굴벽화에 '원시달력' 숨어있었다"

영국 가구업자가 빙하기 '표식 미스터리' 해독
고고학 문외한 '불굴의 노력' 결실 학술지 등재

빙하기 동굴 벽화에 있는 표식은 일종의 달력이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B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고고학의 문외한인 영국 런던의 가구 수리업자가 2만 년 동안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유럽 각지 동굴에서는 2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과 물고기, 소 등 여러 동물 그림이 발견됐지만, 고고학자들은 이들 그림 옆에 있는 점이나 표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런던에서 가구 수리업을 하는 벤 베이컨 씨는 어느 날 자신이 이 비밀을 풀어보기로 결심한 뒤, 인터넷을 뒤지고 런던에 있는 국립도서관을 방문해 동굴 벽화와 그림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그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축적한 뒤 반복되는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Y'자 모양의 표식은 하나에서 다른 하나가 나오는 선으로서 '출생'을 상징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연구를 진척시키면서 친구들이나 학자들과도 교분을 넓혔고, 이들은 그가 연구를 계속해 나가도록 용기를 북돋아 줬다.

마침내 그는 더럼대학교 교수 2명,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 1명과 팀을 이뤄 동물의 출생 주기를 살폈고, 이들은 동굴벽화 속 표식의 개수는 동물들의 짝짓기 시즌을 음력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케임브리지 고고학 저널에 실렸다.

폴 프티트 더럼대 교수는 베이컨 씨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와 기뻤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빙하기 수렵채집인들이 처음 달력을 만들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을 기록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의 라스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등지 동굴 속에 놀라운 그림을 남겨 놓은 이들이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는 결국 일상이 된 시간측정을 할 줄 알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컨 씨는 우리의 조상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우리와 닮은 점이 많았다"며 "수천 년에 살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