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장((腸) 박테리아, 당뇨병과 관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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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腸)에 서식하는 미생물 집단인 장 세균총(gut microbiome) 가운데 2형 당뇨병을 촉진 또는 억제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에는 수많은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섭취된 음식을 소화하고 면역체계 발달을 자극하며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세다스-시나이(Cedars-Sinai) 메디컬센터 내분비 유전학 연구실장 마크 고구지 박사 연구팀은 장내 세균총 가운데는 당뇨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슐린 민감성(insulin sensitivity)이 높거나 낮은 박테리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5일 보도했다.
장 박테리아 가운데 코프로코쿠스(coprococcus)는 인슐린 민감성이 높고 플라보니프락토르(flavonifractor)는 인슐린 민감성이 낮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인슐린 민감성이 높다는 것은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포도당을 흡수하는 데 필요한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적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필요한 포도당을 넉넉히 받아들인다.
인슐린 민감성이 많이 떨어지면 인슐린 저항(insulin resistance)이 나타나면서 당뇨병 위험이 커진다.
인슐린 저항이란 당뇨병의 전 단계로 섭취한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세포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인슐린에 내성을 나타내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장 세균총 가운데 특정 박테리아가 당뇨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2018년부터 '장 세균총과 인슐린 종단 평가 연구'(MILES: Microbiome and Insulin Longitudinal Evaluation Study)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노스캐롤라이나 윈스턴 세일럼 소재 웨이크 포리스트 뱁티스트 헬스 시스템(Wake Forest Baptist Health System)의 자료를 바탕으로 당뇨병이 없는 352명(40~80세)을 골라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3차례에 걸쳐 대변 샘플을 가지고 병원으로 오게 했다.
그리고 대변 샘플 속 박테리아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슐린 저항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앞서 밝혀진 박테리아들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의 식습관을 조사했다.
또 포도당 처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ral glucose tolerance test)도 실시했다.
포도당 부하 검사에서는 28명이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포도당 내성 수치가 나왔다.
135명은 혈당이 정상보다 높지만 당뇨병 진단 기준에는 못 미치는 전당뇨(prediabetes)에 해당했다.
연구팀은 대변 샘플에서 발견된 부티르산(butyrate) 생산 박테리아 36종과 연구대상자들의 인슐린 정상 수치 유지 능력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인슐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부티르산이라고 불리는 지방산을 만드는 장 박테리아가 적은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보니프락토르 박테리아는 부티르산을 만드는 박테리아인데도 인슐린 저항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포도당 부하 검사 결과가 당뇨병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은 플라보니프락토르 박테리아의 대변 중 수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편 코프로코쿠스와 연관 박테리아들은 인슐린 민감성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아 집단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대상자들의 연령, 성별, 체질량 지수(BMI: body-mass index), 인종 등 당뇨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이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렇다면 당뇨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균제(probiotics)의 투여 같은 장 세균총의 구성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당뇨병 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학술지 '당뇨병'(Diabete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