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전망이 잇따르고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자 시장 내 불안감이 고조하는 가운데, 새해 들어 국제 유가가 연이틀 급락했다. 단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거란 불안감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2월물)은 배럴당 5.3%(4.09달러) 떨어진 72.84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에도 4.2%(3.33달러) 하락하는 등 불과 이틀 만에 7.42달러 내려가 배럴당 70달러선이 깨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WTI 가격은 12월 9일 이후 최저가로 마감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배럴당 5.2%(4.26달러) 급락한 77.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이날 3개월 만에 하루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유가 수요 이틀째 급락 [오늘의 유가동향]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강경 매파 기조를 재차 나타낸 것이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져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Fed가 이날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19명의 FOMC 위원 중 2023년 중 금리인하 전환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상반기 중 기준금리가 기존 예상치보다 높은 5.4%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미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1046만 건으로 전망치를 상회한 것도 당분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에서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제로 코로나’ 방역 규제 완화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 원유 수요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했지만 대책 없는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2일 시작되는 춘제 연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란 우려는 증폭됐다.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회장은 CNBC방송에 “오늘 원유시장은 새해 첫 거래일인 어제의 약세를 더욱 심화했다”며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급증이 유가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상황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PVM의 스테판 브레녹스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트레이더들 생각의 중심에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며"“이 같은 우려는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