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거래일을 맞은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시가총액이 2조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전기차 업계 대표 기업인 테슬라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차량 인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2% 급락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74% 하락한 125.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애플의 시가총액은 1조9896억달러(약 2529조원)를 기록하며 세계 증시에서 유일했던 2조달러 규모 기업 자리에서 내려왔다. 애플의 2조달러 아성이 무너진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애플은 코로나19 확산기에 재택근무 유행으로 컴퓨터 판매량이 늘면서 지난해 1월 3월 시가총액이 장중 3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주가 하락의 촉매가 됐다. 지난달 28일 정보분석업체 트렌드포스는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10월부터 7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며 “올 1분기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22% 낮은 47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지난달 나타난 중국 공급망의 인력난이 심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4일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중국 출하량과 소비자 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출시 예정 신제품의 수도 부족하다”며 애플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수정했다.

테슬라도 새해 첫 거래일 주가가 급락했다. 3일 테슬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2.24% 내려간 108.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테슬라가 발표한 차량 인도량 실적이 문제였다.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인도량은 40만5278대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추정치인 42만7000대에 못 미쳤다. 테슬라의 지난해 차량 인도량은 131만대로 전년 대비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증가분도 테슬라의 성장 목표인 연간 인도량 50% 증가에 미달한다.


테슬라를 바라보는 월가 은행들의 기대도 낮아졌다. 3일 JP모간은 테슬라 목표주가를 150달러에서 125달러로 낮췄다. 골드만삭스(235→205달러), 카우언(205→122달러) 등도 나란히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투자정보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올해 차량 인도량도 40% 늘어나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프리 오즈번 카우언 애널리스트는 “상하이 공장의 가동 중단 시간이 길어지고 차량 가격이 더 떨어지면 올해 테슬라의 마진이 더 줄어들 수 있다”며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와 독일에 있는 신규 공장에서 생산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7인승 차량인 ‘모델Y’를 빼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성장 목표치를 낮추거나 가격 인하분을 늘려 마진에 압박을 줘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