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장 보고 땐 결론부터 말했어"…면바지에 운동화 신고 소통
직원들과 '셀카'도…현대차그룹 임직원 600여명 참여
"음악이 클럽 같네요"…정의선, 격식 깬 신년회에 '떡국 오찬'
"음악이 무슨 클럽에 온 것 같아서 참 좋네요.

1월 1일에 떡국 3번 먹어서 저녁에는 장모님이 김치찌개 끓여 주시더라고요.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오전 경기도의 남양연구소 강당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신년회가 코로나 여파로 3년만에 열린 오프라인 행사이자, 경영진과 임직원이 소통할 수 있도록 격식을 파괴한 신년회라고 설명했다.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는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년회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과 임직원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현장에 오지 못한 직원들은 회사에서 생중계된 신년회를 시청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은 니트와 연한 남색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무대에 올라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대표나 임원이 연단에 서서 신년사를 낭독하는 일반적인 기업의 신년회와 달리 대본 없이 무대에 올랐다.

객석에 앉은 직원들 대부분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보였다.

정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능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조직 문화 조성 등 현대차의 비전과 과제를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말했다.

특히 MZ세대 고객과 직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저도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MZ세대 같은 때가 있었다"며 "우리가 어렸던 시대에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해야 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후 현대차 장재훈 사장, 기아 송호성 사장, 연구개발본부 박정국 사장, TaaS본부 및 차량SW(소프트웨어)담당 송창현 사장 등과 함께 무대 위 의자에 앉아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한 직원이 능동적이고 능률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개선 내용을 물어보자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보고했던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옛날 명예회장께 보고할 때 생각과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했다"며 "(일반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보면 쭉 보고가 되는데 결론이 없고 자신의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 감사 쪽에 우리 회사 보고 문화를 조사해달라 했더니 보고서가 굉장히 긴데 결론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보고 문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에 대한 질문에 송창현 사장은 "소프트웨어는 목적이 아닌 도구이고, 서비스와 안전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휴대전화는 안드로이드, IOS 둘 중 하나인데 차량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며 "안전과 품질이 직결되는 것은 독자적으로 OS(운영체계)를 설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이 1시간가량 이어지고 질문이 없자 정 회장은 "생각보다 질문이 없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현재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차가 자율주행이 되면 2천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제조회사이지만 전자 회사보다 더 치밀해지고 꼼꼼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년회가 끝난 뒤 정 회장은 무대에서 내려와 직원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개별적으로 '셀카'를 찍으려는 직원들이 정 회장 주위로 모였고, 정 회장은 셀카 요청을 수락하며 5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강당에서 나온 정 회장은 남양연구소 사내 식당으로 이동해 직원들과 떡국을 함께 먹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