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30일,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이 공개됐습니다.

오일쇼크 이후 최대 인상폭이지만 요금 인상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오늘(2일) 한국전력공사의 주가는 11% 넘게 폭락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정부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9.5%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1980년대 이후 최대 인상폭이라고 하는데, 정작 한전 주가 흐름은 왜 이럽니까?

<기자>

요금 인상폭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이미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킬로와트시(kWh) 당 51.6원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1분기 요금 인상폭은 kWh당 13.1원입니다. 제2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치이긴 하지만 51.6원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인 거죠.

사실 전기요금이 공공요금이기 때문에 요금을 한번에 51.6원 올리기보다는 나눠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적자를 큰 폭으로 줄이기 위해선 요금 인상을 전고후저 방식으로, 다시 말해 상반기에 최대한 몰아서 올려야 하거든요.

그런데 상반기, 그 중에서도 초반인 1분기에 13.1원 인상이라고 못을 박아버리니까 추가로 인상하더라도 13.1원보다는 못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게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요금 인상 기대감으로 한전의 주가가 3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정리하면 요금 인상 발표로 이벤트가 소멸됐고, 그 이벤트마저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차익 실현과 실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그래도 요금을 올리긴 올렸잖아요. 한전의 에너지 구입 비용에 영향을 비치는 국제유가도 비교적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고요.

한전의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증권가에서는 요금이 kWh당 1원 오를 때마다 한전에는 5,5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에 13.1원을 올렸으니 요금 인상만으로도 최소 7조원은 버는 셈입니다.

여기에 말씀하신 것처럼 한전의 원가 지표가 크게 개선될 전망입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가격인 전력도매단가(SMP)에 상한을 씌우는 제도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고요.

전력 수요가 높은 동절기가 끝난 올해 2분기부터는 전력도매단가 자체도 고점 대비 23% 이상 낮아질 전망입니다. 석탄 수입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고요.

이런 원가 절감 요소들을 감안하면 올해 한전 영업적자는 5조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작년보다는 안정된다면 요금을 13.1원만 올려도 영업적자가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단 의미입니다.

<앵커>

요금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까?

있다면 얼마나 오를 지도 궁금한데요.

<기자>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이미 정부가 지난해 말 전기요금 인상안을 설명할 때 2분기 이후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고요.

그리고 추가 인상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또 있습니다.

통상 정부는 연말에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할 때 이듬해 적용될 연간 기준연료비를 함께 발표해 왔습니다.

기준연료비는 전기요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연말에 발표되는 이듬해 기준연료비 인상분으로 일년 치 전기요금 인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그 연간 기준연료비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1분기 기준연료비 인상분만 발표했다는 소립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요금 추가 인상은 사실상 확정됐고, 분기별로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럼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느냐.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간 상한폭이 kWh당 5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5원이 오르더라도 지난해와 인상폭이 같아서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면 남은 건 추가로 올릴 수 있으면서 상한폭이 따로 없는 기준연료비입니다. 이 기준연료비 수준으로 분기별 10원 이상 요금이 오를 경우 연간 40.8원의 인상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만일 정부가 한전 약관을 개정해 연료비 조정단가 상한을 5원에서 10원으로 올려준다면 인상 효과는 더 높아집니다.

즉, 정부가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던 연간 51.6원 인상에는 못 미치지만 분기별 두 자릿수 대의 높은 인상이 점쳐진다는 게 시장의 분석입니다.

<앵커>

한전채 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대비 2배에서 6배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한전이 그동안 한전채를 발행해 운영 자금으로 쓰는 대신 요금 인상을 제한해 왔던 걸 감안하면 요금을 더 올리지 않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자>

법안은 통과됐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전이 사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재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이 늘어난 발행 한도는 오는 2027년 말까지만 유지됩니다.

바꿔 말하면 한전이 2027년 말까지 사채 발행한도를 기준 수준인 2배로 축소해 놔야 그 이후에도 버틸 수 있다는 소립니다.

일단 지난해 연간 적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한전채 순발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요.

그렇다면 내후년부터 2027년까지 4년 동안 한전은 사채 발행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선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앵커>

요금을 올해 추가로 올린다면 한전이 연내 흑자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까?

<기자>

요금 인상만으로는 힘들고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등의 요건들이 따라줘야 하는데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하향 안정되고 전력도매단가도 200원 밑으로 떨어진다는 가정 하에 요금 인상이 추가로 단행된다면 분기별로는 올해 3분기, 연간으로는 내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전기요금 이번이 최대 인상"…한전 주가 '와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