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내분?…키이우 시장, 정전대응 놓고 젤렌스키와 설전
우크라이나 전력 기반시설을 노린 러시아군의 집요한 공격으로 전력난이 심화한 가운데 수도 키이우의 시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측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키이우시의 정전 사태 대응을 비판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날을 세웠다.

그는 키이우 시내 곳곳에 430개 보호소를 설치하고 100개를 추가로 세울 예정이라면서 "나는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정치 투쟁에 엮이길 원치 않는다"면서 "이건 분별없는 일이다.

난 시에서 할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는 지난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몸을 녹이거나 휴대전화를 충전하려는 시민들이 보호소에 장사진을 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시 당국의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는 불만이 크다고 최근 지적했는데, 클리치코 시장은 이러한 비판이 정치공세라고 반박한 것이다.

전쟁 중 내분?…키이우 시장, 정전대응 놓고 젤렌스키와 설전
클리치코 시장은 젤렌스키 대통령 진영이 '이해할 수 없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시 당국의 노력을 깎아내리기 위한 '조작'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부드럽게 말하자면 우크라이나인뿐 아니라 외국 협력자들을 위해서도 이건 좋지 않다"면서 "오늘 우리 모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결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여기선 일종의 정치적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 '국민의 일꾼'의 다비드 아라하미야 원내대표는 실제로 키이우 주민들이 느끼는 바는 클리치코 시장이 설명하는 바와 크게 다르다면서 보호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시당국은 1주일 동안 실수를 수정하고 (의회와) 시장이 함께 (보호소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클리치코 시장이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도 키이우 시정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수차례 언쟁을 벌인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코미디언 겸 배우 출신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청렴하고 공정한 대통령을 다룬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일꾼'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해 2019년 대선에 출마해 제6대 대통령이 됐다.

헤비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복서 출신인 클리치코 시장은 2014년부터 키이우 시장으로 일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야당인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대표도 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