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형사처벌 전력 이유로 고려저축은행 주식 처분 명령
이호진 前태광 회장, 주식처분 명령 불복 소송 2심도 승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형사 처벌 전력을 이유로 고려저축은행 대주주 지위를 내놓으라는 금융당국 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2심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강문경 김승주 부장판사)는 24일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 명령 및 주식처분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전 회장은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6억원을 확정받았다.

그는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금융위는 2020년 11월 이 전 회장에게 "6개월 이내에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라"고 명령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금융회사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다.

이 전 회장은 기간 내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금융위는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주식 45만7천233주를 처분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가 2010년 9월 시행됐으므로 그 이전의 불법행위까지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며 금융위 명령을 취소했다.

이 전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혐의 중 다수는 2010년 9월 이전 행위였고, 그 이후 범행들도 포괄일죄(여러 범행이 하나의 죄를 구성)로 9월 이전 범죄와 함께 묶였으므로 심사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범죄가 이 사건 규정 시행 전후에 걸쳐 발생한 것인데도 형을 선고받은 시점이 규정 시행 후라는 이유로 규정을 적용하면 시행 전 행위로 처벌된 부분까지 제재대상으로 삼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규정 시행 후 발생한 횡령·배임 범행만을 대상으로 양형을 정할 때 반드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금융위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