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앵커>

내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인데,

하지만 자칫 미온적인 대응으로 물가와 한미 금리차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베이비스텝'을 예상하는 첫 번째 이유는 환율입니다.

9월 말 1,440원대(9/28 1,440원)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5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누그러진 달러 강세에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며 안정세 접어들었습니다.

기준금리를 크게 올릴 필요가 없어진 건데, 지난 10월 한국은행은 '빅스텝' 결정 당시 '빠른 환율 상승'을 배경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관측 때문입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꺾이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얼어붙은 국내 채권 시장 상황 역시 '빅스텝' 결정을 부담스럽게 합니다.

다만 고공행진 중인 물가가 걱정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한참 웃도는 가운데, 지난 7월(6.3%) 정점을 찍었나 싶더니 지난달(10월, 5.7% 이상 전년 대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시중의 돈을 제때에 조절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황이 길어지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다음 달(12월) 연준이 미국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 한미금리차가 1.5% 포인트(p)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지용 /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리고 내외금리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환율이 조금 안정화되고 있는 건데, 만약에 연준에서 자칫 '빅스텝' 이상의 '자이언트스텝'을 하게 되면 환율이 연말에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요.]

당장 다음달 말 환율은 오르고, 코스피는 하락할 것이란 전망(우리금융그룹 '금융시장 브리프')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

<이근형 앵커>

이번에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온전히 시중은행 예금과 대출 금리로 반영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허정민 앵커>

달라진 은행권 분위기, 그리고 향후 투자자들 대응 전략.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심층 분석합니다.

김 기자, 지금까지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적금 금리도 곧바로 따라서 오르곤 했는데, 이번엔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더라도 이번에는 즉각 수신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리인상분을 수신 금리에 반영하기까지 두세달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고요.

또 다른 시중은행에서는 “기준금리가 오르는데 수신금리를 아예 안올리수는 없다"라면서도 "대신 은행들끼리 금리상승폭이나 상한선을 어느정도 눈치를 보면서 맞춰나가지 않겠냐 ”고 말했습니다.

현재 은행권에서 취급하고 있는 예적금 최고 금리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 특판을 제외하고 연 5.3%인데요.

이에 따라 내일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금 최고 금리는 5% 초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했을 때를 돌아보면, 당시에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적게는 50bp에서 많게는 100bp까지 곧바로 올리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한달 사이에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겁니다.

<허정민 앵커>

이번에는 금리인상이 바로 반영이 안될 수 있다. 어째서입니까?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규제산업으로 분류되는 은행업 특성상, 당국이 이렇게 메시지를 내면 은행들은 대체로 그 주문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요.

당국이 은행들에게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한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수신금리의 과도한 인상 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겨서 차주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안정성이 높은 은행에서 예적금 금리를 높게 제공하고 있다보니 현재 시중의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경우,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이 상대적으로 예적금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이른바 유동성 부족 사태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근형 앵커>

그러면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적게 올리는 만큼, 대출금리도 적게 올라갈 것이란 얘기인가요?

<기자>

네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예대금리차 공시 때문입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차이를 의미하는데, 은행들이 얼마나 마진을 남겼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익성 지표이기도 합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지나치게 이자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3개월 전부터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매달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어제(22일)는 10월 예대금리차가 공개됐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가 전달에 비해 확대됐다거나, 아니면 은행들 중에서 예대금리차가 가장 크게 나왔을 때 해명에 나설 정도로 공시에 부담을 갖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예금 금리는 적게 올리고, 대출금리는 크게 높인다면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겠죠.

그만큼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예대금리차를 일정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라도, 예금금리를 적게 올린 만큼 대출금리 역시 적게 올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근형 앵커>

예금이라는 게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해줄 때 쓸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인데 말이죠.

예금금리 올리지 마라. 그리고 은행채도 발행 자제해라. 이렇게 되면 은행들 자금마련이 괜찮은 건가요?

<기자>

부침이 생기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 비상이 걸렸다거나, 크게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은행권 입장입니다.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 다른 방법들도 이미 갖춰놨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금고·구금고 유치를 통한 저원가성예금 확보입니다.

단적인 예로 서울시 금고 하나만 유치해도 연간 48조원 규모의 운용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요.

자료화면에는 시중은행들의 서울 시금고/구금로를 유치한 현황만 보여드리고 있는데, 실제로는 전국 단위로 금고를 유치하고 자금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자금조달방법으로는 외화채 발행이 있는데요.

물론 현재 시장 환경이 여의치 않긴 하지만,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채권)나 캥거루본드(호주달러표시채권) 등과 같은 외화채를 발행해서 시중은행들은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근형 앵커>

다른 대안들이 이미 충분하다는 거네요.

그런데, 기준금리는 올라갔는데, 예금 대출 금리는 못올린다. 이러면 어딘가에서는 분명 탈이 날 것 같거든요.

아마도 은행들이 비용부담 늘어나는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로 외화채 발행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외화채 발행 금리도 많이 올랐습니다.

이달초 신한은행은 약 3,600억원 규모로 캥거루본드, 즉 호주달러 표시 채권 발행에 성공했는데요.

가산금리가 195bp였습니다.

올해 초 발행한 채권 가산금리가 90~100bp로 책정된 것을 고려하면, 리스크 부담 비용이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인데요.

앵커가 말씀하신 것처럼 은행채 발행, 수신금리 인상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다른 자금조달 수단들의 비용도 많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승 추세를 보였던 은행의 순이자마진 NIM이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허정민 앵커>

정리하면, 예금과 대출금리 못올린다고 은행들이 돈줄이 마르는 건 아니지만 수익성에 타격을 입는 건 불가피해보인다. 대출자들한테는 이득인지 모르겠지만, 은행 주주들한테는 좋지 않은 소식 같습니다.

자 이제 금리도 정점에 이르러 가는 것 같고, 예적금에 가입을 좀 해볼까 고민하는 이용자 분들 많으실 텐데요.

유용한 전략이 있다고요?

<기자>

네. 지금까지는 만기가 짧은 예적금 위주로 예치/불입하면서, 높은 금리 상품이 나올 때마다 갈아타는 전략이 유효했다면 이제는 예적금 기간도 3개월, 6개월, 1년 등으로 분산하고, 비교적 만기가 긴 상품 비중을 높여나가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오는데요.

관련 내용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 요즘 고객분들께서는 향후 금리인상기조가 꺾일 것을 대비해서 정기예금이지만 2년, 3년짜리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정기예금도 짧게 일부, 길게 일부 나누시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 수신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산의 일정 부분은 3개월, 6개월 비교적 만기가 짧은 예적금을 통해 만기가 끝날 때마다 더 높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유지하되

추가로 2년, 3년 장기 상품으로도 분산해 금리인하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허정민 앵커>

김보미 기자와 심층분석했습니다.


김보미 기자·박승완 기자 bm0626@wowtv.co.kr
은행권, 예적금 금리인상 '눈치 작전'..."예치 기간 분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