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기부금 운용 위한 재단 설립 추진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국가보상금 지급이 최근 시작된 가운데 보상금을 기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 위해 써달라" 제주4·3 국가보상금 기부 잇따라
21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4·3 생존 희생자인 강순주(90)씨가 '4·3 의인 선양과 평화를 위해 써달라'며 국가보상금 1천만원을 유족회에 기부했다.

지난 18일 고령의 강씨 대신 유족회를 찾은 아들 강경돈씨는 고(故) 문형순(1897∼1966) 전 성산포경찰서장의 의로움을 후대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아버지의 뜻을 기부금과 함께 전달했다.

강씨는 70여년 전 '4·3 의인' 문 전 서장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문 전 서장은 1950년 8월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 명령에 '부당하므로 이행할 수 없다'며 집행을 거부해 수백명을 구했다.

강 할아버지 역시 당시 죄 없이 구금됐다가 문 전 서장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경찰청은 지난 2018년 문 전 서장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했다.

강씨는 2018년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가족이 없는 문 전 서장의 경찰 영웅 상패를 대신 받았고, 같은 해 제주경찰청에 세워진 문 전 서장 흉상 제막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날 독립유공자이자 4·3 희생자인 한백흥 지사의 손자 한하용(76)씨도 유족회를 찾아 본인 몫의 보상금 375만원을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 구현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한백흥 지사는 1919년 제주시 조천에서 있었던 3·1 만세운동을 주도했으며, 함덕리장으로 있던 1948년 주민들을 학살하려는 토벌대를 만류하다 폭도로 몰려 희생됐다.

유족회는 이 밖에도 4·3 유족들이 보상금 기부 의사를 전달해옴에 따라 기부금 운용을 위한 재단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