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세자르영화제' 개혁 모델로 제시…"올해 대종상 참석 의향 영화인 많아" 1962년 첫 시상식을 연 대종상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만큼 부침도 많았다.
수상자(작) 선정과정에서 공정성 시비는 물론 내부 갈등, 잡음이 반복됐다.
국내 최고 영화제를 표방해왔음에도 영화인의 외면을 받는 아이러니가 이어졌다.
내달 9일 제58회 대종상영화제 개최를 준비해온 한국영화인총연합회(영협) 회장 양윤호 감독과 김우정 대종상 총감독은 이 같은 위기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종상 개혁을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더는 대종상이 한국 영화계에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양 회장은 "영화계 내부에서는 대종상이 더는 이대로 안 된다,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모두가 정말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졌기에 제가 그 앞에 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종상 개혁의 시발로 구태부터 반성하는 사죄로 시작했다.
양 회장은 지난달 12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올해 대종상영화제 계획과 혁신방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대종상을 오랫동안 국민의 무관심 속에 진행하게 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종상은 개혁 일환으로 '출품제'였던 예선 심사방식을 '선정제'로 전환했다.
또 심사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국민심사단을 도입했다.
'대체불가토큰(NFC)'을 산 국민이 남녀 주연·조연·신인상 등 6개 부문 수상자 선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국민심사단의 결과는 전문 심사위원단 점수와 동일한 비율로 수상자 선정과정에 반영된다.
대종상이 개혁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이렇게 내놓은 심사 결과가 영화인과 대중에게 얼마나 공감을 살 수 있는지에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제 실무를 총괄하는 김 감독은 "기존 대종상 때와 달리 새로운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제 가장 오래된 대종상은 가장 공정하고, 권위 있는 상으로서 위상을 회복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대종상이 닮아갈 모델로 프랑스 세자르영화제를 제시했다.
세자르영화제는 프랑스에서 자국 영화를 대상으로 심사를 하고, 상을 주는 프랑스 대표 영화제다.
호평을 받은 해외 영화에 외국어영화상을 주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보고 인정하는 영화에 상을 주는 것, 대종상이 다시 로컬영화제로 자리를 잡아야 해요.
올해는 준비를 못 했지만, 내년부터는 국내 개봉한 외국영화에도 상을 주고자 합니다.
프랑스 세자르영화제처럼 로컬영화제이지만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영화제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올해 대종상영화제에는 이정재·정우성 주연의 '헌트'가 작품상을 비롯한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브로커' 등 국내외에서 상을 받거나 주목했던 작품들이 본선 무대에서 경쟁한다.
정상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건 올해 영화제에 수상 후보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 영화인이 올지도 관심이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건국대 새천년홀에서 열리는 현장 행사에 수상 후보 등 영화인을 포함해 약 780명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영화제 현장에 참석할 분들을 섭외하고 있다.
수상 후보뿐만 아니라 직접 참석하시겠다는 배우분들이 많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