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생태계 위협하는 고양이…개체수 늘자 뿔쇠오리 생존위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닫힌 생태계 섬, 외래침입종에 취약…고양이·쥐, 주요 위협요인
일본 오키나와서도 몽구스 들여왔다가 자생 뜸부기 감소
최창용 교수 "근본적 해결책은 고양이 데리고 나오는 것" 아일랜드 신드롬(island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닫힌 공간인 섬에 사는 생물은 오랜 기간 고유 환경에 적응하면서 종분화 과정을 거치고, 그 결과 독특한 생태계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19세기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줬다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그랬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파충류는 바다거북속을 제외하면 모두 고유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훗날 '다윈 핀치'로 불리게된 핀치도 13종 분포해 있다.
일본 섬 오키나와(沖繩)도 외래침입종 몽구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마찬가지였다.
20일 국제학술지 '바이오로지컬 인베이전스'(Biological Invasions) 제23호에 실린 '오키나와섬 자생 조류 3종 보전에 결정적인 몽구스 근절' 논문에 따르면, 오키나와섬에는 오키나와 뜸부기 등 자생 조류가 살고 있다.
그런데 1910년 주민들이 성인 2∼3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 치명적인 독을 지닌 뱀 '오키나와 하부'를 퇴치하기 위해 몽구스를 들여왔고, 이 몽구스가 생태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몽구스는 잡으라는 뱀은 잡지 않고 오키나와 뜸부기처럼 작은 새를 사냥했다.
몽구스 400마리 중 1마리꼴로만 하부를 잡아먹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오키나와 뜸부기는 일본 환경성으로부터 멸종 위급종(CE·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돼 있다.
오키나와 북부 '얌바루' 지역에서만 사는 오키나와 뜸부기의 서식지는 몽구스의 영향으로 25% 정도 줄었다.
오키나와 뜸부기 입장에서 몽구스는 자연 상태에서 맞닥뜨릴 일이 없는 포식자였다.
일본 환경부와 오키나와현은 섬을 원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2000∼2004년 몽구스 제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5년에는 '외래침입종법'이 만들어졌고, 2006년에는 몽구스를 차단하기 위한 광역 울타리도 설치됐다.
몽구스 제거 작전을 펼친 후 얌바루 지역 중 구니가미(國頭) 일원으로 쪼그라들었던 오키나와 뜸부기의 서식지는 섬 동쪽의 히가시손(東村) 근방까지 넓어졌다.
일본 정부는 2027년 3월까지 오키나와섬에서 몽구스를 완전히 박멸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에도 오키나와 뜸부기와 비슷한 처지인 새가 있다.
머리에 난 뿔 깃이 인상적인 작은 바다오리, 뿔쇠오리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새다.
자연·인위적 위협을 제거하거나 완화하지 않으면 근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바다오리과 조류 가운데 개체 수가 가장 적고 전 세계에 5천∼6천마리 정도 남아 있다.
국내에는 구굴도, 백도, 독도, 제주도 인근 섬에 300∼400쌍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뿔쇠오리가 서식하는 세계 유일의 유인도로 알려진 마라도다.
주민들이 쥐를 잡기 위해 데려온 고양이가 뿔쇠오리 번식지에도 접근해 피해를 준 것이다.
서귀포시는 올해도 마라도에 사는 고양이 14마리를 포획해 중성화한 후 재방사(TNR)했지만, 고양이 개체 수는 100여 마리로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환경부와 문화재청,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등에는 마라도에 분포한 뿔쇠오리가 고양이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민원이 밀려들고 있다.
동시에 마라도 고양이를 퇴치해선 안 된다는 민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고양이가 뿔쇠오리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6년 10월 발표한 '철새 양자회의 국가보고서'에서 뿔쇠오리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번식지 내로 유입된 설치류나 고양이'를 꼽았다.
한반도 최남단인 마라도는 한국을 드나드는 철새에게 중간기착지로 이용되는 섬이기 때문에, 뿔쇠오리만 고양이로부터 위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뿔쇠오리를 지키기 위해 외래침입종인 고양이를 섬 밖으로 돌려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무인도에 살던 새가 사람이 사는 곳으로 온 게 아니라 뿔쇠오리가 살던 섬에 사람이 들어가 산 것"이라면서 "고양이와 쥐가 점점 늘어나면 결국 마라도에서 뿔쇠오리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TNR을 하더라도 중성화된 고양이가 여전히 새를 사냥하는 건 분명하다"면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양이를 마라도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야행성인 뿔쇠오리는 주로 무인도에 살고 낭떠러지에서 번식한다.
알은 한배에 평균 2개를 낳고, 암수가 번갈아 30일 정도 품는다.
이런 습성 때문에 개체와 번식 현황을 연구하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합뉴스
일본 오키나와서도 몽구스 들여왔다가 자생 뜸부기 감소
최창용 교수 "근본적 해결책은 고양이 데리고 나오는 것" 아일랜드 신드롬(island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닫힌 공간인 섬에 사는 생물은 오랜 기간 고유 환경에 적응하면서 종분화 과정을 거치고, 그 결과 독특한 생태계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19세기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줬다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그랬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파충류는 바다거북속을 제외하면 모두 고유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훗날 '다윈 핀치'로 불리게된 핀치도 13종 분포해 있다.
일본 섬 오키나와(沖繩)도 외래침입종 몽구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마찬가지였다.
20일 국제학술지 '바이오로지컬 인베이전스'(Biological Invasions) 제23호에 실린 '오키나와섬 자생 조류 3종 보전에 결정적인 몽구스 근절' 논문에 따르면, 오키나와섬에는 오키나와 뜸부기 등 자생 조류가 살고 있다.
그런데 1910년 주민들이 성인 2∼3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 치명적인 독을 지닌 뱀 '오키나와 하부'를 퇴치하기 위해 몽구스를 들여왔고, 이 몽구스가 생태계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몽구스는 잡으라는 뱀은 잡지 않고 오키나와 뜸부기처럼 작은 새를 사냥했다.
몽구스 400마리 중 1마리꼴로만 하부를 잡아먹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오키나와 뜸부기는 일본 환경성으로부터 멸종 위급종(CE·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돼 있다.
오키나와 북부 '얌바루' 지역에서만 사는 오키나와 뜸부기의 서식지는 몽구스의 영향으로 25% 정도 줄었다.
오키나와 뜸부기 입장에서 몽구스는 자연 상태에서 맞닥뜨릴 일이 없는 포식자였다.
일본 환경부와 오키나와현은 섬을 원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2000∼2004년 몽구스 제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05년에는 '외래침입종법'이 만들어졌고, 2006년에는 몽구스를 차단하기 위한 광역 울타리도 설치됐다.
몽구스 제거 작전을 펼친 후 얌바루 지역 중 구니가미(國頭) 일원으로 쪼그라들었던 오키나와 뜸부기의 서식지는 섬 동쪽의 히가시손(東村) 근방까지 넓어졌다.
일본 정부는 2027년 3월까지 오키나와섬에서 몽구스를 완전히 박멸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에도 오키나와 뜸부기와 비슷한 처지인 새가 있다.
머리에 난 뿔 깃이 인상적인 작은 바다오리, 뿔쇠오리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새다.
자연·인위적 위협을 제거하거나 완화하지 않으면 근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바다오리과 조류 가운데 개체 수가 가장 적고 전 세계에 5천∼6천마리 정도 남아 있다.
국내에는 구굴도, 백도, 독도, 제주도 인근 섬에 300∼400쌍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뿔쇠오리가 서식하는 세계 유일의 유인도로 알려진 마라도다.
주민들이 쥐를 잡기 위해 데려온 고양이가 뿔쇠오리 번식지에도 접근해 피해를 준 것이다.
서귀포시는 올해도 마라도에 사는 고양이 14마리를 포획해 중성화한 후 재방사(TNR)했지만, 고양이 개체 수는 100여 마리로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환경부와 문화재청,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등에는 마라도에 분포한 뿔쇠오리가 고양이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민원이 밀려들고 있다.
동시에 마라도 고양이를 퇴치해선 안 된다는 민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고양이가 뿔쇠오리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6년 10월 발표한 '철새 양자회의 국가보고서'에서 뿔쇠오리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번식지 내로 유입된 설치류나 고양이'를 꼽았다.
한반도 최남단인 마라도는 한국을 드나드는 철새에게 중간기착지로 이용되는 섬이기 때문에, 뿔쇠오리만 고양이로부터 위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뿔쇠오리를 지키기 위해 외래침입종인 고양이를 섬 밖으로 돌려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무인도에 살던 새가 사람이 사는 곳으로 온 게 아니라 뿔쇠오리가 살던 섬에 사람이 들어가 산 것"이라면서 "고양이와 쥐가 점점 늘어나면 결국 마라도에서 뿔쇠오리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TNR을 하더라도 중성화된 고양이가 여전히 새를 사냥하는 건 분명하다"면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양이를 마라도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야행성인 뿔쇠오리는 주로 무인도에 살고 낭떠러지에서 번식한다.
알은 한배에 평균 2개를 낳고, 암수가 번갈아 30일 정도 품는다.
이런 습성 때문에 개체와 번식 현황을 연구하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