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핵전쟁 우려 앞 협상론 탄력…우크라전 새국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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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방위서 물밑타진 '출구찾기' 모색…터키도 중재 자임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혹시 모를 핵무기 등장 우려·피로도 가중
우크라 "공개 협상" 러시아 "상상 안돼"…협상 방식 놓고도 험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평화협상론이 탄력을 받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협상론은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어느 쪽도 압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다가올 한겨울에 의미 없는 소모전을 벌이기보다 현실적으로 평화 협상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승전 의지가 여전히 강경하다는 점에서 즉각 협상에 돌입할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협상을 압박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 물밑타진으로 출구 모색하는 미국, 중재자 자임 튀르키예…쌓이는 피로도
우크라이나 영자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푸틴이 (막후 협상 대신) 직접적인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며 러시아가 협상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음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벌인 이래 자신은 푸틴 대통령과 공개적인 협상을 제안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이 전방위로 협상론을 거론해온 터라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국 안보당국 수장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평화협상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해법'이 종전 방안에 포함될 수 있는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는 것이다.
15일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은 번스 국장이 바로 하루 전 튀르키예(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을 만난 직후에 이뤄졌다.
번스 국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현지 언론들은 평화협상론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에는 미 군부 최고위급 인사가 평화협상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박해야 하지만, 겨울이 되면 전술 작전이 자연스레 느려질 수 있다"며 "이는 정치적 해결을 위한 창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정치적 해결을 시작하기 위한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도록 물밑 설득작업을 벌여왔다거나, 미국이 러시아와도 소통을 계속해왔다는 보도가 최근 이어졌다.
미국의 이러한 출구찾기 시도는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 가중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사이에서 '중립국' 위치를 자처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더욱 적극적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곡물 통로 바깥에서 우리는 평화를 위한 통로도 개통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대화를 통해 평화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양국의 평화협상을 재촉했다.
◇ 겨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핵전쟁 발발 공포감도
겨울의 문턱에서 협상론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추운 겨울 전쟁이 계속되는 경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적지 않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전쟁이 계속되는 경우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거듭 패퇴한 러시아는 미사일·로켓포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간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현재 1천만명이 전기가 단전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파 속에 전기, 수도, 난방이 없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수 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핵 공격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역설적으로 협상론을 자극하고 있다.
앞서 미러 정보당국 수장과의 대화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러시아 당국이 서방의 신뢰를 잃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키이우 공략에 실패한 데 이어 한때 차지했던 하르키우, 헤르손 등 요충지도 연이어 우크라이나에 내주고 밀려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이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로 핵무기를 꺼내 들지 못하게 하려면 전쟁을 조기에 마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정치학연구소의 볼로디미르 페셴코 소장은 "서방은 푸틴이 전쟁에서 패하고 크림반도를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마치 코너에 몰린 쥐처럼 핵무기를 사용할까봐 우려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밀리는 경우 자국 내 내정 불안이 발생할 위험이 크고, 이런 경우에도 핵무기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서방은) 걱정한다"고 분석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이 협상의 적기라는 판단도 있다.
이는 하르키우, 헤르손 등을 내주고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협상장에 나오더라도 자국에 유리한 조건만 내세우기는 힘들 거라는 진단과도 맞닿아있다.
이밖에 서방 정치지도자들의 '속사정'도 협상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러시아 제재로 에너지가 급등세가 계속되는 경우, 제재에 앞장섰던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국 내 유권자들의 비판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 대화 여지 열어뒀지만…우크라 "공개 협상" 러시아 "상상하기 어렵다"
젤렌스키 대통령 말대로라면 푸틴 대통령이 협상의 손짓을 했다는 얘기고,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대화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그러나 양국의 그간 입장을 보면 본격적인 물꼬가 트일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영토가 완전히 복원되고,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손실을 모두 보상받는 경우, 또한 모든 전쟁범죄를 처벌하고 우크라이나의 국가 안보를 국제적으로 보장받는 경우에만 협상에 임하겠다며 조건을 걸어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최근 미국 측의 협상 가능성 타진 보도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벌일 준비는 돼 있지만 러시아가 먼저 철군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협상 방식을 놓고도 우크라와 러시아 간에 이견이 확연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크라이나는 처음에 협상했다가 이후에 거부하고는 또 협상 거부법을 만들었다.
이제는 협상을 하겠다면서 공개적으로 하자고 한다"며 "공개 협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어떤 협상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측의 자세를 문제 삼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각에서는 협상 신중론도 제기된다.
올 하반기 유럽연합(EU)이사회 의장국인 체코의 얀 라바브스키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전을 도와야 한다.
그들의 전투가 우리까지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당장 전쟁을 중단하는 경우 이미 우크라이나 곳곳을 점령한 러시아에 우호적 결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혹시 모를 핵무기 등장 우려·피로도 가중
우크라 "공개 협상" 러시아 "상상 안돼"…협상 방식 놓고도 험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평화협상론이 탄력을 받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협상론은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어느 쪽도 압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다가올 한겨울에 의미 없는 소모전을 벌이기보다 현실적으로 평화 협상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승전 의지가 여전히 강경하다는 점에서 즉각 협상에 돌입할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협상을 압박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 물밑타진으로 출구 모색하는 미국, 중재자 자임 튀르키예…쌓이는 피로도
우크라이나 영자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푸틴이 (막후 협상 대신) 직접적인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며 러시아가 협상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음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벌인 이래 자신은 푸틴 대통령과 공개적인 협상을 제안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이 전방위로 협상론을 거론해온 터라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국 안보당국 수장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평화협상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해법'이 종전 방안에 포함될 수 있는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는 것이다.
15일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이 우크라이나에 입국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은 번스 국장이 바로 하루 전 튀르키예(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을 만난 직후에 이뤄졌다.
번스 국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현지 언론들은 평화협상론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에는 미 군부 최고위급 인사가 평화협상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박해야 하지만, 겨울이 되면 전술 작전이 자연스레 느려질 수 있다"며 "이는 정치적 해결을 위한 창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정치적 해결을 시작하기 위한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도록 물밑 설득작업을 벌여왔다거나, 미국이 러시아와도 소통을 계속해왔다는 보도가 최근 이어졌다.
미국의 이러한 출구찾기 시도는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 가중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사이에서 '중립국' 위치를 자처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더욱 적극적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곡물 통로 바깥에서 우리는 평화를 위한 통로도 개통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대화를 통해 평화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양국의 평화협상을 재촉했다.
◇ 겨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핵전쟁 발발 공포감도
겨울의 문턱에서 협상론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추운 겨울 전쟁이 계속되는 경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적지 않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전쟁이 계속되는 경우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거듭 패퇴한 러시아는 미사일·로켓포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간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현재 1천만명이 전기가 단전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파 속에 전기, 수도, 난방이 없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수 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핵 공격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역설적으로 협상론을 자극하고 있다.
앞서 미러 정보당국 수장과의 대화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러시아 당국이 서방의 신뢰를 잃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키이우 공략에 실패한 데 이어 한때 차지했던 하르키우, 헤르손 등 요충지도 연이어 우크라이나에 내주고 밀려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이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로 핵무기를 꺼내 들지 못하게 하려면 전쟁을 조기에 마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정치학연구소의 볼로디미르 페셴코 소장은 "서방은 푸틴이 전쟁에서 패하고 크림반도를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마치 코너에 몰린 쥐처럼 핵무기를 사용할까봐 우려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밀리는 경우 자국 내 내정 불안이 발생할 위험이 크고, 이런 경우에도 핵무기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서방은) 걱정한다"고 분석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이 협상의 적기라는 판단도 있다.
이는 하르키우, 헤르손 등을 내주고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협상장에 나오더라도 자국에 유리한 조건만 내세우기는 힘들 거라는 진단과도 맞닿아있다.
이밖에 서방 정치지도자들의 '속사정'도 협상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러시아 제재로 에너지가 급등세가 계속되는 경우, 제재에 앞장섰던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국 내 유권자들의 비판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 대화 여지 열어뒀지만…우크라 "공개 협상" 러시아 "상상하기 어렵다"
젤렌스키 대통령 말대로라면 푸틴 대통령이 협상의 손짓을 했다는 얘기고,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대화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그러나 양국의 그간 입장을 보면 본격적인 물꼬가 트일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영토가 완전히 복원되고,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손실을 모두 보상받는 경우, 또한 모든 전쟁범죄를 처벌하고 우크라이나의 국가 안보를 국제적으로 보장받는 경우에만 협상에 임하겠다며 조건을 걸어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최근 미국 측의 협상 가능성 타진 보도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벌일 준비는 돼 있지만 러시아가 먼저 철군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협상 방식을 놓고도 우크라와 러시아 간에 이견이 확연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크라이나는 처음에 협상했다가 이후에 거부하고는 또 협상 거부법을 만들었다.
이제는 협상을 하겠다면서 공개적으로 하자고 한다"며 "공개 협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어떤 협상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측의 자세를 문제 삼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각에서는 협상 신중론도 제기된다.
올 하반기 유럽연합(EU)이사회 의장국인 체코의 얀 라바브스키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전을 도와야 한다.
그들의 전투가 우리까지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당장 전쟁을 중단하는 경우 이미 우크라이나 곳곳을 점령한 러시아에 우호적 결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