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한미고위급경제협의회…"중러 악의적 행동에 공동 대응해야"
이도훈 차관 "한미, 핵심광물·반도체·배터리 등에서 호혜적 생태계 조성"
美국무 차관 "한국의 IRA 우려 알아…이행 과정서 대화 지속"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17일(현지시간)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 "법 이행 과정에 한국 정부와 대화를 지속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 포럼 연설에서 "IRA는 미국 역사상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단일하게 가장 큰 투자"라며 "이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어떤 법안보다도 기후변화에 10배 넘는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혼자 이 일을 할 수 없다"며 "자동차와 배터리 생산 강국인 한국과 같은 파트너들과 함께할 때만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IRA에 대한 한국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법 이행 과정에 한국 정부와 대화를 이어갈 것을 약속하며, 한미가 열려 있고 솔직한 소통선을 이어가고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주간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를 포함해 2명의 대사관 관계자들과 대화해 왔다"며 "백악관과도 실무 및 고위급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정에너지에서 한미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단일 목표를 놓고 우리는 하나"라며 "신뢰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파트너로서 지도적인 위치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또 중국에 대한 견제를 포함해 경제 분야에서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하게 거론했다.

그는 "한국과 국제 협력에 있어 핵심 요인은 한미와 같이 책임 있는 나라들이 악의적인 행위자들에게 공동 대응하고 우리의 경제가 어떤 악의적 행동에 대해서도 극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독재국들의 전례 없는 위협에 당면해 있다"며 "중국과 같은 국가들로부터의 도전은 민감한 기술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 필요성을 부각하고, 우리는 책임감 있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취약성을 줄이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보호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공동 안보 규약을 재강화하고 재정의하고 있다"며 "이는 근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평화와 안정, 방해받지 않는 무역을 증진하고 국제법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당시 강조했듯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안보의 핵심축"이라며 "한미 양국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약속을 공유하며 묶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달 이도훈 외교2차관과 양국 경제현안 논의를 위해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세계 10대 경제국으로서 양국은 논의할 사항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SED를 통해 양자 관계를 심화하고 우리의 첨단 기술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안보 같은 도전들에 대응하는 데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의제에는 공급망 유연성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협의회에 이어 내년 1월 초에는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 LG 등을 거론하며 "몇몇 기업을 방문했고, 몇 달 뒤 방문에서 반도체부터 생명공학까지 모든 분야에 관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도훈 차관은 "우리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 아니라 첨단기술 네트워크를 재구축하는 등 전략적인 국제 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목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 안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관은 "이 같은 경제 안보의 시기에 한국은 국가 정책의 주요 과제로 활발한 경제 안보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며 "양자 및 다자 관계를 통해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는 새롭게 부상하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제 안보"라며 "이 중 하나가 공급망 유연성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공급망을 강화하고 다변화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한미뿐 아니라 여러 행위자가 포함되는 일"이라며 "한미 양국은 핵심 광물과 반도체, 배터리 등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