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수고했어. 좋은 결과 나올 거야" 격려
"대체로 국어는 쉽고 수학은 어려워" 입 모아
[수능] 긴 하루 끝낸 수험생들 "드디어 해방…푹 자고 싶어요"
"수능이 끝나 홀가분하고 드디어 해방이에요.

늦잠부터 실컷 푹 자고 싶어요.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7일 오후 전국 고사장 앞은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수험생과 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와 교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저마다 애타는 표정으로 닫힌 교문만 바라보던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이 어둠을 뒤로하고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내자 "나온다"라며 소리를 질렀다.

자녀를 보고는 반갑게 달려가 "수고했어"라고 꼭 끌어안거나 눈물을 훔치는 학부모도 있었다.

수험생들은 긴 하루에 지친 표정이었지만, 잔뜩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아침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일부 수험생은 실력 발휘를 못 했다는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만 대부분 후련해하는 모습이었다.

[수능] 긴 하루 끝낸 수험생들 "드디어 해방…푹 자고 싶어요"
이날 오후 5시 10분께 경기 수원시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는 수능을 마친 여학생들이 밝은 얼굴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삼삼오오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교문을 나선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들과 만나 얼싸안고 그간의 고생에 대한 감정을 나눴다.

학부모 조모(51) 씨는 "시험 결과를 떠나서 오늘은 그간 고생했던 딸이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며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수험 스트레스를 비로소 내려놓은 학생들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수험생 김모(19) 양은 "시험 난이도도 적당했고 평소 실력대로 잘 본 거 같다"며 "수능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수험생들은 국어 영역은 대체로 쉽다고 느꼈지만, 수학 영역은 다소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19) 양은 "국어는 역대급으로 쉬운 수능이었던 거 같은데 수학은 좀 어려웠다"며 "9월 모의고사보다 확실히 문제가 까다로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제주 신성여고 시험장 앞에서는 4교시 탐구영역이 끝난 뒤 수험생이 하나둘 교문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입구에서 대기하던 학부모와 교사 등이 너나 할 것 없이 "고생했다"며 한마음으로 손뼉을 쳐줬다.

[수능] 긴 하루 끝낸 수험생들 "드디어 해방…푹 자고 싶어요"
수험생들은 가족 품에 안겨 격려를 받고, 친구들과 함께 과목별 난이도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모 양은 "국어는 괜찮았는데 영어와 탐구영역, 특히 한국지리가 어려웠다"며 체감 난이도를 설명했다.

교문 앞에서 어머니를 만난 이 양은 "이제 가족들과 해물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좀 쉬려고 한다"며 후련한 마음을 전했다.

이 양의 어머니(46)는 "이제 너도 어른이다.

다 컸다.

정말 고생했다"며 딸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또 다른 고3 수험생 오모 양도 "국어는 매우 어렵지 않았는데 수학과 탐구영역은 어려웠다"며 "이제 수능이 끝났으니 친구들도 만나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으면서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속상함에 눈시울을 붉힌 학생과 시험시간 내내 기도한 부모도 있었다.

충북도교육청 56시험지구 제13시험장인 청주여고를 빠져나온 김모(19) 양은 "사회탐구 영역에서 새로운 개념의 어휘나 문장이 많이 등장해 조금 당황스러웠다"며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또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수능] 긴 하루 끝낸 수험생들 "드디어 해방…푹 자고 싶어요"
전주 기전여고에서 시험 보는 딸을 위해 인근 교회에서 기도하며 기다렸다는 한 학부모는 "긴장 속에 시험을 치를 아이 생각에 마냥 집에서 쉴 수가 없었다"며 "딸은 물론 오늘 시험 본 모든 학생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같은 곳에서 시험을 본 한 학생은 엄마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쏟았다.

딸을 꼭 안아준 어머니는 "고생했어"라며 연신 등을 토닥여줬다.

강원도교육청 제49지구 제4시험장이 마련된 춘천여고 정문에는 수능 4교시 종료를 1시간 30분여 앞둔 오후 3시께부터 수험생 부모와 친구 등 100여 명이 모여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성수여고 3학년 김모(18) 양은 "이번 수능이 대체로 어려웠다"며 "특히 과학탐구 영역에서 처음 보는 문제 유형이 나와 몹시 어려웠고 시간도 모자랐다"고 말했다.

1시간 넘게 딸을 기다리던 이모(48) 씨는 "수능을 마친 딸에게 그냥 지나간 일이니까 연연하지 말고 다 잘 될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며 "수시를 준비하고 있어 최저등급을 맞추면 되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이다"라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주에 사는 학부모 김모(52) 씨는 "인생에서 중요한 첫발을 내디딘 딸이 자랑스럽고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한참 동안 딸을 안아줬다.

(노승혁 윤우용 양지웅 권준우 전지혜 김동민 김동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