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국제법이 마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 사라져"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떨어져 주민 2명이 목숨을 잃은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 마을이 충격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과 맞닿은 곳이긴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의한 직접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민들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 전했다.

마을 교회의 보그단 바즈니 신부는 이날 희생자를 위한 미사를 진행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독실했던 신자 2명을 잃었다.

바즈니 신부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사이에는 물리적 국경이 있었기에 우리는 전쟁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분리될 수 있었다"라면서 "이전까지는 프셰보두프에서 위험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71년 평생을 프셰보두프에서 살아온 주민 유스티네 마주레크는 희생자 2명과 잘 아는 사이였다면서 이들이 숨졌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주레크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리끼리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심각한 위협을 느낀 적은 없다"면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으나 이 일에 대해 제대로 대화할 시간도 갖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마을 주민들은 국경과 국제법이 마을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환상이 깨지게 됐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프셰보두프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가 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요격을 위해 발사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이 같은 분석으로 확전에 대한 공포는 줄었을지 몰라도 거주 인구 600명의 작은 마을 프셰보두프가 입은 상처는 그대로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희생자 2명 중 1명은 마을 학교 교직원의 남편으로, 미사일이 떨어진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이 학교는 전날부터 학생이 등교하지 않아 텅 빈 상태라고 전했다.

이 학교 교장 에바 비라는 바로 옆 국가에서 터진 전쟁으로 인한 공포가 가까스로 진정됐는데 전날 발생한 사건으로 불안한 감정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라 교장은 전날과 같은 일이 언제 다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기에 프셰보두프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삶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감정 상태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라 교장은 현재 학생 71명을 포함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직원과 마을 주민을 위한 심리 치료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어제의 사건으로 모두가 프셰보두프를 기억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우리 마을이 조용하게 남아 있었으면, 그리고 숨진 이들이 여전히 살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