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미사일 2발이 떨어지며 확전 가능성이 커지자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한풀 가라앉았다. 러시아의 공격이 아닐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33달러(1.53%) 하락한 배럴당 85.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1달러(1.1%) 하락한 배럴당 92.86달러로 장 마감했다. 지난 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확전 가능성 줄고 中침체 깊어지자…국제유가 하락세 [오늘의 유가동향]
지정학적 위기가 잦아들자 유가가 하락했다. 15일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미사일 두 발이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공격 주체가 러시아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초기 진상조사에서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 잘못 발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발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유가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확전 가능성 줄고 中침체 깊어지자…국제유가 하락세 [오늘의 유가동향]
같은 날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드루즈바 송유관이 가동을 재개했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헝가리와 독일, 체코 등 유럽 주요 지역과 러시아를 잇는 송유관이다. 핵심 지역을 지나가다 보니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페테르 씨야트로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드루즈바 송유관 공급이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유가 하락세를 가파르게 했다. 중국 경제성장 전망이 갈수록 부진한 상황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게 되면 경제 둔화를 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신규 확진자 수가 1만 9609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3일 1만 5000명을 돌파한 확진자 수는 2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석유 애널리스트는 “이날 폭탄을 실은 무인 항공기에 오만 해안의 유조선이 타격을 입은 것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됐다”며 “하지만 시장은 중국 경제지표와 수요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건 대부분을 무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스라엘 유조선이 오만 해역 인근에서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급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44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54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라크 국영 석유업체 SOMO는 2027년까지 석유 생산능력을 하루 7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OMO는 현재 하루 약 5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라크 석유부는 “생산 속도 증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의 협의와 석유 시장의 요구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