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전창현 대신증권 기업리서치부 연구원(2차전지 담당)
"2차전지 원자재 가격 주목해야…주요국 전기차 판매량도"
"내년 원자재 중심으로 투자해야…소재 업체들 부각"
"전기차 침투율 겨우 15% 불과…구조적 성장 전망"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항목이 구체화될 경우 2차전지 관련주 중에서도 수혜 종목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기차 침투율(전환)이 100% 될 때까지 2차전지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예상되는 전기차 침투율은 15%에 불과합니다."
2차전지 전문가로 꼽히는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서울 을지로 대신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내외 악재(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를 반영했을 때 웬만한 섹터들은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두운데, 2차전지 업종은 유일하게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증시 악재로 꼽혀온 금리 인상 공포가 사그라들고 있는 데다, 미국 IRA 법안이 통과되면서 특수를 누리는 종목이 생겨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전 연구원은 향후 2차전지 산업이 확대되는 만큼 소재기업들의 신규 물량 수주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IRA 영향으로 북미 생산망을 갖춘 업체들의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막상 투자할 종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차전지 관련 정보가 부족해 옥석을 가르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대상도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주요국 전기차 판매량 등 관련 지표를 살펴 보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 연구원이 강조하는 2차전지 업종 투자 전략을 한경 마켓PRO가 들어봤다.
▷올해 증시 조정 이후 종목 장세(2차전지, 폐배터리 관련주)가 뚜렷해지는 상황입니다. 최근 2차전지 업종 투자 전략 등에 변화가 생겼나요?
"지금은 모멘텀 외에도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달 들어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 흐름이 좋았습니다. 특히 배터리와 관련 소재 업체들의 주가가 눈에 띄었죠.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미국 IRA 법안 수혜 기대감이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종목들이 3분기 호실적을 내놓은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죠. 이달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13% 넘게 주가가 올랐으며, 포스코케미칼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8%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죠. IRA 법안으로 중국산 제품이 제재를 당하자 북미 지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 IRA는 향후 몇 년간 2차전지 업종에 큰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IRA에 따른 매출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IRA로 발생되는 실적은 2024년 이후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지금은 2차전지 업종 투자와 관련해 단기 실적과 모멘텀을 같이 봐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죠. 한동안 IRA 관련 모멘텀이 이어지겠으나, 추후 모멘텀이 끝날 것을 대비해 개별 기업의 실적도 같이 챙겨야 합니다. 모멘텀이 사라지면 실적이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2024년 전까지는 북미보단 유럽 전기차 시장이 2차전지 업종 전반의 실적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 등의 문제로 판매량이 다소 부진했는데, 내년부턴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이 2022년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또 배터리 수요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와 내년 2차전지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지금 2차전지 관련주를 매수할 타이밍인가요?
"2차전지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년에 이익이 증가할 수 있는 유일한 섹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전기차 침투율(전환)이 15%까지 오를 것으로 봅니다. 이는 침투율 100% 달성까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전기차 시장이 아직 7배 이상의 업사이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경기 둔화와 상관없이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 업종인 셈. 단기적인 관점에선 고점과 저점 예상이 힘들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매수'를 추전합니다.
▷2차전지 업종을 투자할 때 주로 어떤 지표를 활용해야 할까요?
"유럽과 중국 등 주요 국가별 전기차 판매 동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시장조사업체가 발표하는 월별 배터리 출하량 데이터와 국내 수출 데이터(배터리 수출)도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메탈 가격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메탈이란 6개 광물을 의미합니다. 리튬,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망간, 구리입니다. 이 광물들의 가격을 체크하는 이유는 광물 가격에 따라 양극제, 배터리 가격도 변동하기 때문이죠."
▷시장에선 2차전지나 리튬이란 단어가 붙으면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여러 종목 중 옥석을 가려내는 팁이 있을까요?
"일단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커버하지 않는 종목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 추이를 보면, 기대치 반영으로 높아진 주가를 추후 실적이 증명해줘야 합니다. 근데 실적이 따라가지 않는다면 급등한 주가는 다시 내려가기 마련이죠. 주가와 비교해 관련 실적이 따라오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미국 IRA 통과로 국내 2차전지 업종에 어떤 수혜가 예상되나요?
"IRA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회원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IRA 법안은 전기차 세액 공제 등 미국 전기차 시장 개화를 불러일으킬 정책적 촉매제입니다. 더군다나 중국산 배터리를 제외하겠다는 기능도 있고요.
앞으로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전지뿐 아니라 소재까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 북미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IRA로 인해 중국산 제품이 미국 내에서 제재를 받으면서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등의 혜택으로 현지 투자비용도 전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 업체들은 미국 현지에서 증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내년 미국서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 현지 투자가 늦은 소재 업체들은 2024년부터 2025년 사이에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재 업체의 경우 2025년이나 2026년에 북미 매출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북미 매출은 대략 20~30%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IRA 법안 이후 북미 시장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북미 시장은 투자 비용이 높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시장이었으나, IRA로 인해 초기 투자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세액공제 등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지 공장 증설 등 IRA 요건을 충족할 경우 미국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들어 폐배터리 분야가 시장에서 주목받았는데, 또 다른 수혜 분야가 있을까요?
"올해 폐배터리 업종이 주목받았으나 돌이켜보면 기존 배터리 회사들과 소재 업체들의 주가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폐배터리 업체가 주목을 받은 것은 2차전지와 관련해 원자재 쪽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배터리 생산에서 가장 큰 원가를 차지하는 것은 소재입니다. 소재에선 원자재 가격이 중요하죠. 결국 2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에 대한 관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내년에도 원자재를 중심으로 2차전지 밸류체인 회사를 눈여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표적으로 원자재 비중이 높은 양극재와 동박 분야가 있습니다. 양극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원자재가 비중이 높고, 동박은 가격이 비싼 구리가 들어갑니다. 따라서 주요 원자재 비중이 높은 소재 기업들은 내년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극재와 동박 관련주는 어떤 종목이 있나요, 나아가 최선호주를 꼽는다면?
"양극재의 경우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대표주로 꼽힙니다. 동박의 경우 SKC,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이 있습니다. 최우선 선호주는 엘앤에프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 현 주가가 저평가돼 있으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양극재 판매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추후 IRA의 세부 항목이 구체화되면 2차전지 업종에서도 수혜 종목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