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국방장관 회의…가격협상력 높이고 회원국 간 경쟁 방지 목표
취약한 자체 방위력 강화 노력 일환…보렐 "우리 방위력 생각해야 할 때"
"우크라 지원하느라 빈 무기고 채우자"…EU, 공동구매 본격 추진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빈 무기고를 충당하기 위해 무기 공동구매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이사회 국방 분야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각 회원국이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인데 현재는 각 회원국 간 협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구체적으로 회원국들이 방위력 증강에 쏟는 투자액을 기준으로 회원국 간 공동구매 등 상호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투자 비율이 18%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오늘 회의에서) 우리는 협력 투자 방식을 통해 이 비율을 35%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한정된 방산업계 (생산)역량 내에서 같은 제품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구매 협상력을 높이고 회원국 군대 간 상호운용성도 보장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회원국 간 협력 조율 역할을 하게 될 유럽방위청(EDA) 예산을 13%까지 증액하는 한편 EU내 방산업계 생산 증대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이날 명문화된 추진 방안이 제시되진 않았지만, 향후 세부 방안 논의를 거쳐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EU 집행위와 보렐 대표가 제안한 무기 공동구매 구상은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회원국 간 구매 경쟁을 방지하자는 것이 골자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각국의 무기 재고를 채우는 게 시급한 상황에서 회원국 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앞서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유사한 이유로 백신을 공동구매한 경험이 있는데, 이를 방산 분야에도 적용하는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공동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EU 내부에서 커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경제통합에 치중해온 EU는 자체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다 유럽의 안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오랫동안 의존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 안보 분야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보렐 대표가 "현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우리 스스로의 방위 역량과 (군사 분야) 투자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대형 스크린에 그래프를 띄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원국들의 국방 분야 지출이 삭감됐다고 설명하면서 그간 줄어든 투자분을 메우려면 적극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이를 위해 27개 회원국이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총 700억 유로(약 96조원)가량 국방 분야 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국방장관들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유럽평화기금(EPF)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결론은 내지 못했다.

EPF는 EU 예산이 아닌 회원국의 기여 등을 통해 조성된 별도 기금으로, 현재까지 전체 기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억 유로(4조2천억원 상당)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소진됐다.

여기에 EU 개별국가가 지원한 규모를 합하면 총 80억 유로(약 11조원)에 달한다는 게 EU의 설명이다.

보렐 대표는 "전쟁이 계속 이어지는 만큼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려면 EPF 재원 충당이 필요하다"면서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군 최소 1만5천명을 폴란드 등 회원국 내에서 훈련시키는 '군사훈련미션'(EUMAM)도 이날 공식 발족했다.

훈련은 폴란드를 비롯한 다수 EU 국가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