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방어' 러 병력 포격 가능…마리우폴 등 진격 동력
때맞춰 종전협상론…경계 속 진군 지속해 협상력 높일 수도
"우크라, 헤르손 탈환에 겨울전선 우위, 대러 협상력 강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했던 '요충지' 헤르손시와 주변 지역을 최근 탈환하면서 전쟁이 중요한 전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가오는 겨울 러시아에 반격을 이어나갈 동력을 확인한 것은 물론, 향후 평화협상 테이블이 열리더라도 러시아에 대해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등 전쟁 전반에서 전략적 이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헤르손을 되찾고,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됐다"며 이번 전쟁과 관련한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략적이고 상징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겨우내 얼어붙은 전선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더 밀고 나갈 수 있는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정보장교 출신의 보안 전문가인 필립 잉그럼은 "우크라이나가 주도권과 추진력을 갖고 있다"며 "언제 어디에서 다음 전투가 벌어질지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헤르손은 러시아가 개전 이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며 고전해온 돈바스(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지역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의 격전지 바흐무트에 공세를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잉그럼은 "겨울이 상황을 느리게 만들 수는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싸울 준비를 갖췄고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인들은 겨울 추위에서 생존할 준비가 덜 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 헤르손 탈환에 겨울전선 우위, 대러 협상력 강화"
이와 관련, 로이터는 헤르손으로 이어지는 곳곳 러시아군이 퇴각하며 버려둔 참호에서 군인들의 비참한 여건이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악천후에 그대로 노출된 이들 참호는 대개 진흙투성이 상태였는데, 바닥에 나무를 깔아 편의성을 확보한 우크라이나군 참호와는 대조를 이뤘다는 것이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국 육군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확보한 상태에서는 드니프로 강을 도강할 필요 없이 크림반도를 방어 중인 러시아 병력을 직접 포격할 수 있는 등 여러 지형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지스 전 사령관은 "러시아인들이 참호를 파고는 있지만, 넓게 열려있는 땅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목표물이 되기 쉽다"며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측면 지원사격 기지로 삼아 마리우폴, 베르단스크, 멜리토폴로 진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수세로 빠져들면서 서방에서는 종전을 위한 평화협상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직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타협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11일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협상하도록) 압박하거나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원할 경우 협상력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도록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지난 9일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협상의 기회가 왔을 때, 평화가 달성될 수 있을 때, 그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고 언급하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도 자신감을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장병 격려차 헤르손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평화를 찾을 준비가 돼 있다"며 "끝(종전)의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도 전장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당연히 알 것"이라면서 "러시아를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독립된 주권 국가로서 우세한 시점이 되면 협상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