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EUV 노광장비, 2024년 내놓을 것"
“2026~2027년엔 ‘하이 NA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연 20대 양산할 수 있습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 처음으로 하이 NA EUV 노광장비를 출하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SML의 주력 제품은 EUV 노광장비다. 이 장비는 빛을 쏴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서 활용된다. EUV 노광장비는 일반 장비보다 빛의 파장이 짧아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

ASML이 개발 중인 하이 NA EUV는 빛을 모으는 성능을 나타내는 렌즈 개구수(NA)를 일반 EUV 장비의 0.33에서 0.55로 올린 것이 특징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때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닝크 CEO는 하이 NA EUV 장비 가격에 대해 약 3억유로(약 4100억원)라고 설명했다. 현재 2000억원 안팎인 일반 EUV 노광장비 가격의 2배 수준이다. 최신 전투기의 4배 수준인 초고가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들이 앞다퉈 선주문을 넣고 있다. 2025년께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하이 NA EUV 장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베닝크 CEO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대해선 “2030년까지 연평균 9% 성장해 시장 규모가 2020년(약 5000억달러)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 성장동력으론 디지털 전환(DX), 재생에너지 전환용 칩 수요 증가, 원격근무 같은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꼽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에 대한 질문에는 “항상 고객을 만난다”며 “이 회장과는 사업 환경에 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누고 사적인 이야기도 할 정도로 친하다”고 말했다. 베닝크 CEO는 16일 경기 화성에서 열리는 ASML의 반도체 클러스터 기공식에 참석한다. ASML은 향후 5년간 2400억원을 투자해 클러스터에 재제조(부품 재활용)센터, 교육 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