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주변에 알리지도 못해…유족 심정 상상해보라"
"동의 구해도 공개 반대했을 것"…조카 잃은 삼촌의 눈물
"아직 조카 친구 몇 명과 회사 말곤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입이 안 떨어져서요.

그런데 조카 이름을, 이렇게 남이 마음대로 올리는 게 말이 됩니까.

"
이태원 참사로 조카를 잃은 A씨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 온라인 매체의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심경을 말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같은 동네에 살며 자식처럼 키운 고인이 세상을 뜬 뒤 지금까지 차마 뉴스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전날 밤 조카 소식을 아는 몇 안 되는 지인 중 한 명의 연락을 받고 '시민언론 민들레'가 홈페이지에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공개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식과 조카를 잃은 걸 무어라 표현하거나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주변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장례를 치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사시다 이제 생을 마감하셨다'도 아니고, '아이가 길에서 깔려 죽었다'고 어떻게 알릴 수 있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힘겨워했다.

"주변에 알린다고 해도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고, 아직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알려야 할지 우리 마음도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유족 명단을 공개한 데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
그는 전날 곧바로 민들레에 이메일을 보내 조카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고 이날 아침 삭제됐다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민들레 홈페이지에서만 내려갔을 뿐, 이미 명단이 캡처돼 퍼질 대로 퍼졌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렇게 공개된 명단을 통해 소식을 처음 접할 친척·지인들의 충격과, 그 분들에게 그제야 설명해야 할 유족의 심정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민들레는 명단을 공개하며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그는 "말이 안 되는 해명"이라며 "동의를 구했다고 해도 반대했을 것이다.

다른 유족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실명 공개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누님은 직장도 못 나가고, 며칠씩 굶다가 컵라면을 한 입 먹으면 그게 죄스러워 자책하다 얼굴에 상처도 생겼습니다.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명단 공개는 생각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
A씨는 민들레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