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건뒤 닷새동안 소환조사 안 해…'신병 확보' 지적도
피의자 사망에 특수본 수사 차질…지지부진한 수사 도마에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던 용산경찰서 간부가 11일 사망하면서 경찰이 이태원 참사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던 만큼 입건된 피의자의 심리적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경찰이 피의자 관리·감시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던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 경감이 특수본에 입건돼 피의자 신분이 된 건 나흘 전인 7일이었다.

특수본은 그의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차례로 조사했다.

그러나 입건 닷새동안 소환 등 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돼 수사 속도가 더뎌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경찰관으로서 압수수색을 당하는 피의자가 됐다는 불안,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었는데도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수사에 지지부진했다.

인터넷에서 소문으로 돌던 '토끼머리띠', '각시탈'의 신원을 특정해 책임 여부를 조사했을 만큼 수사는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주요 피의자에 대한 핵심 수사는 참사 2주가 지나도록 진척되지 않았다.

수사가 참사 원인 규명은 물론 참사 후 대처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행위로까지 확대되면서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졌고, 이 때문에 피의자 관리·감독은 뒷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속까진 아니더라도 긴급체포 등으로 정 경감에 대한 신속한 신병 확보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론이지만 극단적 선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피의자를 체포해서라도 불상사를 막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정 경감의 사망에 대해 "경찰공무원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수본은 이태원 사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피의자가 수사 중 사망함에 따라 특수본은 정 경감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할 예정이다.

피의자가 자신을 방어할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수사를 통해 혐의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기소할 수 없어서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수본 관계자는 "피의자의 신병 확보는 시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수사를 어느 정도 진행한 다음에 차분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