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하는 세대인데 코로나19 유동성 장세에서 너무 많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위험도가 큽니다. 내년까지 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이라도 지키는 투자에 전념하는 걸 추천합니다." 최근 '새로운 MZ세대가 운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사진). 한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넘쳐나는 유동성 장세에서 크게 레버리지를 일으킨 MZ세대가 당분간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봤다. 한경 마켓PRO는 11일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한 연구원을 만나 MZ세대를 위한 투자법과 향후 시장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MZ세대 투자 방식을 경고하는 리포트를 쓰셨습니다. 계기가 있으십니까?
"MZ세대의 경우 사회 초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자금의 여유가 없는데 너무 크게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실제 올 상반기 MZ세대인 지인이 레버리지를 끌어다 주식을 샀다가 손실이 커졌고,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돈을 꾸러 다닌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이자비용이 오르고 유동성이 꺼지는 시대에 기존 MZ세대의 투자방식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눈여겨 보신 지표가 있으십니까?
"신용융자잔고입니다. 최근 신용융자잔고가 줄어든다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2배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발행 규모입니다. 최근 기업 자금난이 이 심해졌다는 얘기가 많은데 내년 상반기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그런데 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요. 이 회사채를 더 높은 자금비용을 감당하고 연장하든, 가진 현금으로 상환하든 둘 다 기업의 성장 측면에선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간밤(미국시간 10일)엔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컨센서스를 하회하면서 나스닥이 7%대 오르고 현재(11일 오전) 한국 증시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반등세도 일시적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가 기존 대비 느려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금리는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추세를 돌릴 순 없다는 겁니다. 또 한국 증시의 경우 그동안 수급적 요인으로 주가가 올라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간밤 미국증시가 7% 오른 데 반해 금일 한국 증시는 2~3% 상승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임 이후 중국증시에서 도피한 해외 자금이 한국증시로 유입되면서 줄곧 올라왔던 탓입니다. 상승에 대한 피로가 쌓여있는 상황이어서 추세 상승을 점치긴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의 반등장를 현금화 기회로 삼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준금리 정점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미국과 한국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봅니다. 기준금리 정점은 미국이 5%, 한국은 3.75%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주식시장이 좋지 못할 것이라 보는 이유입니다."
▶시장에선 2024년 경기가 다시 반등한다고 보고, 증시는 이를 선행해 내년부터 오른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식시장은 경기침체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오르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다만 악재가 터지는 와중에 선반영을 시작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악재는 내년 상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때문에 내년 하반기 시장이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채 만기 도래 등 악재가 어느정도 윤곽을 잡고 움직일 것을 권합니다."
▶시장 반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뭐가 있을까요?
"기업 주당순이익(EPS) 추정치입니다. 이익추정치가 올라간다는 건 선반영이 시작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등 전세계 EPS 추정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안좋은 기간 동안 MZ세대는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면 좋을까요?
"저는 지금 굳이 주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투자성향이 높지 않으신 분이라면 지금 금리 수준엔 예적금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투자자 중에선 금리가 정점을 찍을 때 예금을 들어야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수익을 못 올리는 게 됩니다. 따라서 예금을 일단 들어 놓고 내년 만기가 도래하면 그 때 다시 가입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또는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의 단기채를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면에 위험투자성향이 높으신 분들이라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을 스크리닝해서 투자할 것이 좋습니다."
▶재무구조가 튼튼한 종목을 골라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준이 뭘까요?
"대표적으로 부채비율이 있습니다. 업종별 평균 부채비율 대비 내가 가진 종목의 부채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따져보면 됩니다. 또 한계기업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OECD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들을 얘기하는데, 코스피 기업 중에서도 14%가 한계기업에 속합니다. 수치가 낮아보여도 적지 않은 비율입니다."
▶업종 별로 보면 내년 어떤 업종이 그나마 투자하기 좋을 것 같아 보이십니까?
"필수소비재입니다. 경기가 힘들다고 세 끼 먹을 거 한 끼 먹진 않으니까요. 가격전가가 수월한 업종이기도 하고요."
▶어려운 시장상황을 맞딱뜨리고 있는 MZ세대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요?
"이자비용은 높아지는데 주가는 흐르고 이를 반전시킬 호재가 마땅찮은 상황입니다. 유동성 장세에서 가상자산의 급등을 봐 왔던 MZ세대에겐 쓰라린 얘기겠지만 앞으로 오랜 기간 그런 수익을 바라긴 힘들 것 같습니다. 투자 손실을 메우겠다고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은 마시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시장에 임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위해 현금을 꼭 쥐고 계시길 추천합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