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중대재해 예방체계 토론회…이달 내 감축 로드맵 발표
근로자 사망 같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사업주의 자율 규제를 법 준수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지속 가능한 중대재해 예방 체계'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전 교수는 "법·규칙이 정한 내용을 기계적으로 이행하는 것만으로는 다수 작업자의 비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없다"며 "사업주가 법이 정한 내용을 참조해 사업장의 숨겨진 위험까지 찾아내 관리하는 모범적 자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영국 노동당 의원과 노동부 장관 등을 지낸 알프레드 로벤스(1910∼1999년)가 1972년 작성한 '로벤스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1960년대 영국에서 대규모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작성됐다.

현재 영국의 안전보건 법제는 이 보고서 내용을 대폭 수용해 만들어졌다.

200여 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정부 등 외부 기구에 의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극심한 한계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율 규제 시스템'을 제시했다.

정부가 시행하는 안전보건 관련 규범에 준해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만든 행위 규범의 이행도 법령 준수로 보자는 것이 보고서가 제안한 '자율 규제' 개념이다.

정부 규제를 따를지, 자율 규제를 따를지, 아니면 양자를 혼합한 형태로 이행할 것인지는 사업주 선택의 영역이다.

영국은 보고서의 권고 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입법을 통한 촘촘한 정부 규제로는 중대재해를 줄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장기 산업재해 예방 정책에도 '자율' 개념이 적용됐다.

하지만 로벤스 보고서가 제안한 '정부의 규제 수준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기업의 자율적인 규범과 면책'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에 주목했다.

당시 대법원은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와 관련해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대표에게 내려진 일부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전 교수는 "대법원은 '안전보건 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하면 규칙을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로벤스 보고서가 제시한 자율규제와 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를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석에는 이 같은 모범적 자율규제가 더욱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