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레이커트 ERM 글로벌 CEO "ESG 두고 '개도국=피해자' 논리는 잘못된 것"
“ESG라는 표현은 최근에 등장했지만 1970년대에도 ESG 컨설팅 비즈니스는 존재했습니다.”

톰 레이커트 ERM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초기부터 지속가능성 관련 컨설팅을 제공해온 ERM은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가 ESG 이슈에 주목하는 이 순간을 기다려온 회사”라고 말했다.

ERM은 ESG 컨설팅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1971년 설립된 영국회사 ERL과 1977년 창업한 미국 ERM이 합병해 만들어졌다. 레이커트 CEO는 “창업 초기에는 석유회사 등이 신규 프로젝트 승인을 받기 위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을 지원하거나, 광산회사가 효용을 다한 광산을 책임 있게 폐쇄하는 작업 등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각국 환경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컨설팅 수요가 증가하던 시기였다. 이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탄소배출량 제한 등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ERM은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KKR은 ERM 경영권을 부채를 포함해 총 27억달러(약 3조8500억원)에 인수했다.

작년 매출은 9억1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한국 60명을 포함해 세계에 75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SK그룹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 여러 곳이 ERM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레이커트 CEO는 “지속가능성 의제를 비즈니스 모델에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거나, 탄소 흡수를 자연적으로 시도하는 등 기술적으로 ESG 이슈를 풀어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했다.

ESG 이슈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레이커트 CEO는 “국가별로 방향성이 다르고, 무역전쟁과 유럽 에너지 대란 등 단지 개도국과 선진국 간 분배 갈등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예를 들어 인도는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굉장히 낮은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해상풍력에서 지리적으로 우위가 있고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