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체에 몰래 재산 맡기고 '외환 차익거래' 지시
몰래 투자했다 손해 본 재단…대법 "돈 못 돌려받아"
정부 허가 없이 외환 투자를 했다가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손해 본 공익장학재단이 투자중개업체에 맡겼던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 장학재단이 한 투자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재단은 2013년 B사와 외환 차익거래(FX 마진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재단의 기본재산 5억 원가량을 맡겼다.

이후 A 재단은 6개월 동안 4천여 차례에 걸쳐 FX 마진거래를 하고 계약을 해지했는데, 남은 돈은 1억8천100만원이었다.

FX 마진거래는 유로화나 달러화 등 2개국 통화를 한 쌍으로 묶고 어느 통화의 환율이 오를지를 예측해 매도·매수를 하는 투자 방식이다.

맡긴 돈의 60% 이상을 손해 본 A 재단은 투자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단 대리인이 주무관청 허가 없이 돈을 예탁한 것은 공익법인법 위반이라 애초에 무효라는 취지다.

A 재단은 투자업체가 자본시장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으니 배상하라는 청구도 함께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재단은 돈을 맡긴 뒤 여러 차례 투자 종목과 가격, 수량 등을 정해 직접 거래를 주문했고 투자업체는 이를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민법은 법적으로 '받아서는 안 될' 다른 사람의 재산·노무로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수익자는 '현존하는 이익'의 한도 안에서 그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A 재단이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맡긴 자금은 투자업체가 '받아서는 안 될' 돈이기는 하지만, A 재단의 지시로 거래를 하고 잔액을 모두 돌려줬으니 돌려줄 '현존하는 이익'도 없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