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모두와 좋은 관계…양국 협상 기피가 장애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협상 불가피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가 유력한 협상 중재국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인도의 중재 역할론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이 이번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관리들과 만날 예정이라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자이샨카르 장관이 이번 방문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러시아를 압박하는 기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전 개시 이후 주요 계기마다 문제 해결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해왔다.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흑해 곡물 운송 협상을 타결시켰을 때 인도는 중요한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하면서 핵재앙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인도는 러시아에 후퇴를 요구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9월 중순 우즈베키스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전 세계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복수의 인도 관리에 따르면 올해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중재하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결국 성사되진 못했지만 이 계획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 접근권을 가진 인도가 잠재적 중재자가 될 수 있음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지난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며 중재 의욕을 보였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아시아연구센터 소장 제프 스미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중립적 제3국의 중재에 관심을 보인다면, 인도는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면서도, 러시아 무기의 주요 수입국으로 남아있다.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 와중에도 러시아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인도 관리들은 러시아 원유 수입 확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비판에 대해 "러시아를 성토하는 것으로는 얻을 것이 적으며 (인도가) 중립으로 남아있는 것이 전쟁을 끝내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도의 헙상 중재 시도에 가장 큰 장애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협상에 나설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고 믿으면서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수복하기 전까진 절대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러시아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포함한 자국 영토를 수호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